아파트나 상가 등 건물을 짓는 경우에는 그 기간이 장기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조선업에서 수주한 배를 만드는 기간도 장기간이라 이러한 ‘건설형 공사’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계약 시, 공사기간 중간 그리고 공사 종료일에 각각 대금을 나누어서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만약 일반적인 제품이나 서비스처럼 제품 매출이나 서비스 완료 시에 대금을 받는다면 공사업체의 자금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계약에 따라 공사대금을 받는 시점에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기준으로 회계에서도 수익을 인식하면 간단하겠지만, 실제 회계에서는 수익인식 기준을 세금계산서 발행일자로 한다고 해서 그대로 인정하지 않는 불편함이 있다. 그렇다고 ‘실현주의¹⁾’에 따라 공사관련 수익을 인식한다면 공사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공사관련 비용만 발생하고 공사가 완료되는 시점에 수익을 인식하면 공사관련 손익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재무회계에서는 최소한 1년²⁾에 한 번은 기업의 경영성과를 보고하도록 되어 있는데, 건설 공사 등은 사업의 특성 상 계약기간이 1년이 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순히 ‘실현주의’를 적용시키면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비용만 발생하고 수익은 발생하지 않는 사업으로 오해하기 쉽다. 사례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20×11년도에는 공사관련 비용만 발생하고, 20×2년도에는 공사관련 비용대비 수익이 과다하게 잡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 재무회계는 기본적으로 ‘발생주의’라는 대원칙 하에서 회계처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수익인식기준은 ‘실현주의’로 인식하라는 별도 규정을 두고 있다. 2) 재무회계에서는 다양한 회계기간을 구성할 수 있다. 다만, 상법상에서는 회계기간을 1년 이내로 정하라는 규정은 존재하기 때문에 1년을 넘기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고 계약조건에 따라 대금을 지급하는 시점에 수익과 비용을 인식한다면 적절한 수익과 비용의 대응이 어렵다. 기본적으로 수익과 비용은 서로 대응되는 관점³⁾에서 손익계산서가 작성되어야 하는데, 12월 말 현재 계약서상 대금지급 조건은 전체의 50%만 대금을 지급받기로 되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제 공사원가가 50%만 발생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대금지급 조건으로 수익을 인식하면 실체 공사원가가 적절히 발생했는지를 나태내기에는 부족하다. 3) 이를 ‘수익비용대응의 원칙’이라고 한다.
사례를 살펴보면, 20×11년도에는 전체 공사원가 대비 80%의 비용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금지급 조건에 따라 수익을 인식한다면 공사수익을 50% 밖에 인식할 수 없다. 이는 정확한 ‘수익비용대응의 원칙’을 충분히 반영했다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재무회계 기준에서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건설 공사와 같이 장기간 동안의 계약에 의해 매출이 발생하는 수주산업⁴⁾의 경우에 한하여 “(공사)진행률”에 따라 수익을 인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진행률’이라는 말만 곱씹어 보면 다양한 계산방식을 생각할 수도 있는데, 계약서 상 ‘계약금/중도금/잔금’을 각각의 진행률로 산정할 수도 있고, 공사계약기간을 일자 별로 안분하여 진행률을 계산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또한, 발생원가를 기준으로 진행률을 계산할 수도 있다. 4) 수요자의 주문에 의해서 생산하는 산업을 의미하며, 수요량이 적고 거래가격이 거액인 건설공사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수익비용의 대응’ 관점에서 본다면 (공사)진행률은 회계기간 중에 실제로 투입한 원가금액을 총공사(예정)원가로 나누어 계산하는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다. 따라서, 재무회계에서는 총공사원가 대비 실제 발생한 공사원가를 기준으로 계산된 (공사)진행률만을 인정하고 있다.
(공사)진행률을 계산할 때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총공사원가는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계속 변한다는 사실이다. 건설공사의 경우 계약기간이 길기 때문에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므로 결국 총공사원가는 공사가 완료되기 전까지는 계속 변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재무회계에서는 공사진행율을 누적기준⁵⁾으로 산출하여 기중에 총공사원가가 변하는 단점을 보완하고 있다. 5) 공사예정원가는 결산 시마다 변경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누적진행률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즉, 민수가 거래하고 있는 공사업체에서 계약 시점에 총공사예정원가를 7천만원으로 추정하였으나, 12월 말 현재 총공사예정원가를 8천만원으로 재추정하였다면, 공사진행률이 80%로 계산된다. 즉, 12월 말까지 총 6천 4백만원의 공사원가가 발생했고 12월 말 기준으로 8천만원이 총공사원가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무회계 관점에서 공사업체의 담당자는 12월 말까지의 누적공사수익으로 8천만원을 인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사를 요청한 민수도 계약조건과 상관없이 공사업체의 공사진행률에 따라 인식한 8천만원을 기준으로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민수가 공사업체가 인식한 공사수익과 동일한 기준으로 공사비용을 인식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공사업체가 공사원가를 민수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이상 (공사)진행율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사업체가 민수에게 공사원가를 하나하나 알려 줄 리가 없다. 그리고 공사업체가 공사원가를 초기에 많이 투입했다고 해서 계약조건보다 대금을 더 많이 지급한다는 것은 조금 억울한 면도 있다.
민수의 입장에서는 계약 조건에 따라 12월 말에 5천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발생했기 때문에 5천만원을 지급할 미지급금으로 인식하면 그만이다. 또한, 민수가 해당 건물을 유형자산으로 사용하기로 했다면 ‘건설중인 자산’ 또한 동일하게 5천만원만 인식하면 된다.
그렇다면 재무회계 기준에 따라 발생한 공사업체가 인식한 공사 수익 8천만원과 공사를 요청한 민수가 계약서에 따라 지급한 5천만원의 차이인 3천만원은 어떻게 되는 걸까? 하나의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공사업체와 공사를 요청한 업체가 다른 금액을 인식한다는 것은 조금은 이상한 일이다.
따라서, 재무 회계에서는 공사업체가 진행률에 따라 인식된 공사수익 8천만원과 실제 계약관계에 따라 발생한 5천만원의 차이인 3천만원을 ‘미청구공사⁶⁾’라는 자산 계정과목으로 인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공사수익으로 인식한 8천만원 중에서 계약서에 따라 인식한 5천만원은 매출채권으로 인식하고, 남은 3천만원은 미청구공사라는 자산항목으로 인식한다는 의미이다.
다만, ‘미청구공사’를 인식했다고 해서 공사업체가 민수에게 3천만원을 추가 청구할 수는 없다. ‘미청구공사’가 발생하는 이유는 주로 발주처가 건설업체의 공정률이나 사업비용⁷⁾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민수의 입장에서는 공급업체에서 계산한 진행률은 중요하지 않으므로 공급업체에 지급할 5천만원을 미지급채무로 인식하면 되며, 미청구공사는 별도로 고려할 필요가 없다. 6) 또한, 진행률에 따라 인식할 공사수익보다 계약상 받을 금액이 더 크게 발생하는 경우에는 “초과청구공사”라는 부채계정으로 인식할 수 있다. 7) 실제 발주처와 건설업체가 동일한 공정률에 따라 대금을 지급할 지라도, 발생한 공사원가 또는 총공사예정원가에 이견이 있다면 진행률이 달라질 수 있다.

채권자와 채무자의 인식 기준에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무회계에서 수주산업에 대하여 진행기준을 권고하는 이유는 해당 기준이 “수익비용대응의 원칙”에도 부합하고 재무제표의 기간별 비교가능성을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공사진행률 추정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에, 재무회계에서는 진행률을 적용할 수 있는 공사계약 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 진행률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회계기준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