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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 이어 한영까지…잇따른 회계법인 대표 중도낙마, 왜?

조세일보, 2020.02.10
ㅇㅇ

◆…지난 9일 사임 의사를 표명한 서진석 EY한영 대표.

서진석 EY한영회계법인 대표가 일요일이었던 지난 9일 밤, 돌연 사임 의사를 밝힌 가운데 그의 사임 배경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015년 당시 빅4 회계법인 대표 중 "최연소"라는 타이틀을 달고 EY한영의 수장으로 선임된 서 대표는 지난 2018년 연임에 성공했고, 임기는 내년 3월 말까지였다.

갑작스러운 그의 사임 소식에 회계업계 안팎에서는 이런저런 소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서 대표는 퇴임의 변을 담은 보도자료를 통해 "법인의 목표인 비전(Vision) 2020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 5년간 쉼 없이 달려왔다"며 "이제 법인에서 대표로서의 제 여정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2020년 이후 발전의 토대를 새로운 리더십(Leadership)에게 넘기고, 저는 이제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임시 대표가 선임되기 전까지 대표직을 수행한 후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오는 7월부터는 EY한영 부회장으로 법인에 남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파트너들과 무슨 일이 있었길래?

표면적으로 보면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서 대표는 물론 EY한영 측이 구체적인 사임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으면서 구설을 스스로 부추기고 있는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계업계 안팎에서도 서 대표의 거취와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EY한영 내부의 문제들이 엮인 크고 작은 소문들이 입과 입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일단 업계 안팎에서는 서 대표 취임 후 EY한영이 추구한 성장목표치가 너무 과도하게 설정됐고, 최근 몇 년 동안에 걸쳐 고속 성장을 거듭해 오면서 쌓인 조직 내부의 피로도와 반감 등이 일거에 폭발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서 대표는 지난 2015년 취임 직후 2020년까지 연 매출 5000억원, 전체 임직원 수 4000명 규모의 1등 회계법인으로 EY한영을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의 취임 직전 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EY한영의 연 매출이 1990억원, 임직원 수 1690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5년 동안 2배 이상 성장을 목표로 한 것이다. 이후 매년 성장을 거듭하면서 매출 측면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루기도 했다(2018회계연도 연 매출 4302억원).

이러한 고속 성장 과정에서 서 대표의 다소 무리한 경영 및 인사 관리가 이루어지면서 조직 내부에 강한 불만 여론이 축적됐고, 이에 일부 파트너 회계사(주주)들이 주동, 미국 EY 본사에 정식 문제제기를 하면서, 대표 교체라는 상황까지 치닫게 됐다는 것이다.

글로벌 본사 "입김"에 와르르... 취약점 드러내다

업계 관계자들은 표면적으로는 서 대표 스스로 물러나 앉는 모양새를 취하기는 했지만 독립된 국내 파트너쉽 회계법인이 아닌 미국 EY 본사의 지배를 받는 EY한영의 현주소를 감안하면 사실상 "경질"이라고 해석한다. 

이는 지난해 초 조직 내부의 균열로 인해 1년 임기를 남기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정희 전 안진회계법인 대표의 상황이 오버랩되는 측면이 강하다.

이 전 대표는 당시 갑작스럽게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회계감사 분야 10년 이상 경력"이라는 외부감사법 개정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법인 내부의 파벌 싸움에 밀렸고 미국 딜로이트 본사의 권고에 따라 물러났다는 것이 업계 안팎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다른 글로벌 빅4 회계법인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인 운영체제를 가지고 있는 삼일회계법인(PwC)에서는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매끄럽지 못한 리더십 교체 문제는 향후 딜로이트 안진, EY한영을 괴롭힐 "불씨"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표 교체에 글로벌 본사 입김이 작용하는 독립적이지 못한 국내 대형회계법인 인사의 불안 요소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국내 파트너들이 임기가 1년 밖에 안 남은 대표를 보호해 주지는 못할 망정, 본사를 이용해 대표를 교체하는 행태는 회계법인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외형 키우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회계법인 대표들이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 삼아 내실확보와 내부인사 관리에 좀 더 세심한 관심과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도의 매출성장을 이루어 내더라도 실질적인 이익이 떨어진다면 파트너들이 단체로 불만을 터뜨릴 수 있다는 것. 막무가내로 일감을 챙겨 외형 성장만 이루는 운영은 "리스크 관리에 소홀한 리더" 이미지로 비추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EY한영은 업무공백 최소화를 위해 오는 12일(수) 임시대표를 선임하고 정해져 있는 절차에 따라 후임 대표를 선임할 계획이다.

현재 임시대표 후보로는 서 대표의 대학(연세대학교) 4년 후배인 박용근 EY한영 감사본부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행 회계법인 대표 선임 규정(회계감사 분야 10년 이상 경력자) 등을 감안할 때 박 본부장이 결국 차기 대표로 올라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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