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17일 열린 4차 공판에서 출범 예정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운영 실태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운영 실태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17일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임원 5명에 대한 파기환송심 4차 공판에서 "준법감시위의 실효적 운영을 점검할 필요가 있어 운영 실태를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재판부는 "향후 정치 권력자로부터 똑같은 요구를 받으면 뇌물 공여를 할 것인지, 기업이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변을 다음 기일 전에 제시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에 삼성은 지난 9일 "준법감시위원회 출범"을 발표하면서 위원장에 진보 성향의 김지형 전 대법관을 내정해 준법경영을 대외적으로 선언했다.

재판부는 법원·특검과 이 부회장 측이 각각 한 명씩 추천한 3인으로 구성된 전문심리위원을 통해 준법감시위의 운영 실태를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재판부는 법원 측 위원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건의 주심을 맡았던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추천했다.

이와 관련해 특검은 "재벌 혁신이 없는 준법감시제도는 봐주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이 부회장 측은 "준법감시위의 독립성이 보장돼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특검이 신청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기록에 대한 증거도 재판부가 채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승계작업과 관련한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개별 현안까지 특정할 필요는 없다"며 "각 현안과 대가관계를 입증할 필요가 없으므로 추가 증거조사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승계작업의 일환인 구체적 현안을 따지는 재판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건의 판결문을 참조할 수는 있지만 그 재판의 증거까지 채택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앞서 1차 공판에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 사건의 기록 일부를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검은 이날 "관련 사건의 판결을 보면 "승계작업"이 사건의 핵심"이라며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가 일반 기업 회계와 유사하다고 변호인이 주장하기 때문에 승계작업을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과 분식회계 의혹은 이 사건의 쟁점이 아니다"면서 "공소사실의 범위에 벗어나 양형 사유가 되지 못하므로 증거 신청을 기각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한편 이전 재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됐던 손경식 CJ회장은 일본 출장 등의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 측은 "손 회장이 대통령의 재정지원 요구와 관련한 증언에 부담을 가지는 것 같다"며 증인 신청을 철회한다고 밝혔고 재판부도 손 회장의 증인 채택 결정을 취소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2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됐지만 지난해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파기환송됐다.

대법원 전합은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지원한 말 세 마리(34억원)와 영재센터 후원금(16억원)을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던 항소심 판결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자금으로 최씨에게 살시도·비타나V·라우싱 등 말 구입대금을 뇌물로 제공했고, 최씨는 이 말들을 받았다고 봤다.

영재센터 지원금과 관련해서도 대법원은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승계현안"을 부정해 뇌물이 아니라고 본 항소심 판단을 뒤집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뇌물액은 항소심의 36억3484만원에서 86억8081만원으로 50억여원이 늘어났다.

재판부가 요구한 준법감시위를 출범시키고, 검찰측의 삼바관련 증거들이 불채택되면서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면죄부를 준비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이날 재판이 열리는 서울고등법원 앞에서는 민주노총·민중공동행동 회원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구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