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의 이론적 쟁점과 정책적 한계

BY 유승경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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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기조인 소득주도성장론은 정권 출범 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고, 특히 정권 2년 차에 접어들어 고용 및 소득분배가 오히려 악화되었다는 지표가 나오면서 비판의 강도가 더욱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소득주도성장론은 정국 주도권 싸움의 소재가 되어버림으로써 그 내용을 둘러싼 이론적, 실천적 논쟁은 실종되어버린 것 같다. 보수 야당과 보수언론은 현 정부의 정국 주도권을 흔들기 위해서 소득주도성장론을 정치적 표적으로 삼고 있고, 정부여당은 후속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정국 주도권 유지를 위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표어에 집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글에서는 소득주도성장론을 둘러싼 논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 경제학에서의 성장 이론에 대한 논쟁을 소개하고, 소득주도성장의 역사적인 등장 배경, 이론적 근거 및 쟁점 등을 간략히 소개한다.


두가지 성장 이론

경제성장이란 국민경제가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말한다. 재화와 서비스의 양이 인구증가 속도보다 빠르게 증가한다면 국민들의 생활은 그만큼 풍요로워질 것이다. 그래서 나라마다 경제성장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으며, 경제학은 오랫동안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주요 요인이 무엇인가를 규명하고자 했다.
우리 사회에는 경제성장을 둘러싼 두 가지의 주장이 대립한다. 하나는 ″규제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통해서 기업의 투자 활력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주장은 ‘우선 파이를 키워야 한다.’라는 말로 집약된다. 또 하나는 ″소득분배를 개선해야 성장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라는 입장이다.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이 두 번째 견해를 대변한다.
이 두 입장은 각각 대입되는 경제학의 두 가지 성장 이론을 근거로 삼고 있다. 첫 번째 입장은 공급 측 요인이 경제성장을 결정한다는 이론을 기반으로 하며, 두 번째 입장은 수요가 성장을 견인한다는 이론을 근거로 삼고 있다.

(가) 공급측 성장이론(정통견해)

우선 경제학의 정통적 입장인 공급측 성장 이론을 살펴보자. 공급이 경제성장을 규정한다는 논리는 직관적이고 간명하다. 하나의 경제단위, 예를 들어 공장 하나를 상정하자. 한 공장의 생산량은 생산에 투입되는 자본량과 노동량, 그리고 기술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자본량과 노동량의 투입이 많을수록, 그리고 자본과 노동을 결합하는 기술 수준이 높을수록 생산량은 많아진다.
경제성장이 재화와 서비스의 양이 늘어나는 것이라는 점을 전제하면, 국민경제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노동과 자본의 양을 늘리고 기술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여기서 노동량은 인구 증가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경제성장의 동력은 자본축적과 기술발전이다. 따라서 공급 측 요인을 중시하는 정통적 성장 이론은 저축을 통한 투자가 경제성장의 관건이다. 즉, 투자를 통해서 자본량을 늘리고 기술을 발전시켜야 성장을 높일 수 있다.

그렇지만, 하나의 국민경제를 단일 공장에 비유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 단일 공장이라면 내부에는 시장이 존재하지 않고 공장장이 모든 생산 결정을 사전적으로 계획에 따라 수행한다. 하지만, 국민경제는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다양한 경제주체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경제주체들은 시장을 통해서 관계를 맺고 있다. 즉, 국민경제는 하나의 자급자족 단위가 아니라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시장 거래를 하는 수많은 기업과 가계로 구성되어 있다.

이 때문에 경제성장에서 공급의 역할을 강조하는 흐름은 명시적으로 혹은 암묵적으로 하나의 전제를 깔고 있다. 생산된 상품은 시장에서 큰 무리 없이 소화될 수 있다는 전제이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세(Say)의 법칙’이라고 한다.

세(Jean-Baptiste Say: 1767∼∼1832)는 프랑스 고전경제학파이다. 세는 생산에서 유래된 소득이 생산된 상품을 살 수 있는 구매력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세에 따르면 생산물을 생산하면 비용을 구성하는 노동자 임금과 원자재 비용이 노동자와 판매자에게 돌아가고 이윤은 자본가의 몫이 되기 때문에 생산물은 판매를 통해서 가격에 해당하는 만큼의 소득을 창출하고 그 소득이 시장의 구매력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하며, 수요를 전반적으로 초과하는 공급과잉은 일어날 수 없다.

물론 세가 개별 상품시장에서 공급이 과잉이거나 부족해지는 것을 부정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개별 상품시장의 불균형은 시장의 가격 조정을 통해서 즉각적으로 해소된다고 생각했다. 세의 법칙이 성립한다면, 자본주의경제는 장기적으로 완전고용 산출에 필요한 충분한 수요를 항상 보장한다.

이처럼, 공급이 스스로 수요를 창출해서 국민경제가 단일 공장에 비유될 수 있다면, 생산능력 외에는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경제성장을 위해서 생산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최대의 주안점이 되며 소득분배가 성장에 영향을 미칠 여지는 없다. 오히려 기업가가 기업가정신을 발휘하여 많은 저축과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높은 이윤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이런 결론에는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여 개별 상품의 단기적인 과부족을 원활히 해소한다는 시장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어 있다.

따라서 세의 법칙을 수용하고 있는 현대의 공급측 성장 이론은 성장을 위한 과제로서 규제완화와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주장하며, 정부 역할은 인적자본 개발과 같은 장기적 과제에 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 수요측 성장이론(케인스주의의 견해)

케인스는 실업이 장기간 지속되는 현실에 직면하면서 ‘공급이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의 법칙을 비판하고 정부가 개입하여 수요 부족의 문제를 타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케인스는 세의 법칙에 대한 비판 근거를 화폐소득이 경제순환에서 퇴장될 가능성에서 찾았다. 세는 자신의 이론을 전개하면서 소득으로 들어온 화폐가 빠른 시간 내에 사용된다고 간주했다. 그는 ″화폐도 가치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화폐를 잘 활용하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케인스는 기업가는 이윤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이윤 실현이 어려우면 화폐를 지출하지 않고 보유함으로써 생산과 고용이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화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여 다른 생산물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케인스 이론의 중요한 개념들은 대부분 이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케인스는 한 걸음 더 나가서 저축된 이윤이 모두 투자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는 메커니즘을 제시했다. 케인스에 따르면 화폐를 금융기관에 저축하면 위험이 따르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특정한 상황에서는 유동성이 높고 안정적인 형태로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 기업가에게 유리한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성향을 ″유동성선호″라고 불렀다.

정통 경제학의 관점에서는 이러한 상황은 일어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저축이 늘어나면 이자율이 낮아져서 돈을 빌려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케인스는 이자율이 낮다 하더라도 경기에 대한 전망이 어둡다면 기업가들은 돈을 빌려서 투자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 점과 관련하여 케인스는 투자는 이자율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야성적 본능″에 의해 좌우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케인스의 세계에서는 이자율이 낮아도 기업가들이 투자에 나서지 않고 이윤을 화폐의 형태로만 보유하여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고 보았다. 케인스는 이 상황을 ″유동성함정″이라고 부르고 대공황을 이 상황에 비유했다.

이 같은 케인스의 입장을 취하게 되면 비로소 수요가 성장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중요해진다. 케인스는 그의 『일반이론』에서 ″현대적 상황에서 부의 성장은……부자의 절제(저축)에 의하여 저해될 가능성이 크다.″며 ″소비성향을 증가시킬 수 있도록 소득의 재분배를 도모하는 방안들이 자본의 성장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소득분배가 성장을 견인한다는 입장은 총수요가 성장을 견인한다는 케인스의 수요 측 성장 이론에 기원을 두고 있다.

소득주도성장론

그러면 문재인 정부가 정책 기조로 삼고 있는 소득주도성장론의 등장 배경과 이론적 구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케인스의 이론이 1920년대와 1930년대 높은 실업이 장기간 지속되는 불황과 대공황을 배경으로 탄생했듯이 소득주도성장론도 현실에서 목격된 경제현상을 배경으로 한다.

(가) 소득주도성장론의 등장배경

소득분배의 정도는 다양한 기준으로 측정되지만 대표적인 지표는 국민소득에서 임금(노동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자본주의경제에서 국민소득은 노동자가 받는 임금과 자본가가 갖는 이윤(자본소득)으로 나눠진다. 이윤의 수취인은 대체로 소수의 고소득자이고 중하위 계층의 소득은 대부분 임금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국민소득 중 임금의 비중인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하면 소득분배가 나빠진다.

그런데, 미국 등 서구 경제권의 경우 1980년대부터 노동소득분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함과 함께 경제성장이 느려졌다. 한국경제의 경우에도 1997년부터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하면서 성장이 점차적으로 활력을 잃었다. 이러한 현상은 제2차 대전 이후 30여 년간 자본주의경제권이 고도성장을 구가하는 동안 노동소득분배율이 꾸준히 향상되어왔던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한국경제의 경우에도 고도성장기 동안 노동소득분배율은 개선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여서 성장을 견인하자는 임금 주도 성장론이 세계기구(ILO, UNCTAD 등)와 서구 학자들에 의해 제기되었다. 한국에서도 진보적 학자를 중심으로 임금 주도 성장론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그런데, 자본주의사회에는 자본가와 노동자만이 아니라 자영업자도 존재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영세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다. 이 때문에 소득분배 악화에 주목한 한국의 경제학자들은 임금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서민 소득이 향상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임금 주도 성장론을 변형하여 소득주도성장론을 제시했고, 문재인 정부는 이 주장을 수용했다.

(나) 임금변화가 총수요에 미치는 영향

경제성장에서 공급측 요인이 아닌 수요측 요인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관점을 받아들여 소득분배가 성장에 미칠 근거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분배의 개선이 성장을 이끈다는 결론이 직접적으로 도출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총수요는 가계의 소비, 기업의 투자, 정부 지출, 그리고 순수출로 구성되어 있고, 소득분배의 개선이 모든 구성요소에 일률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득분배가 각 구성요소에 미칠 영향은 구성요소별로 하나씩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정부부문의 크기는 소득분배와 무관한 정부의 독립적인 결정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분석에서 제외한다.

그러면 임금 비중의 외생적인 증가가 민간 소비에 미치는 영향부터 검토해 보자. 우선 이윤의 한계소비성향과 임금의 한계소비성향에 대한 가정이 필요하다. 여기서 한계소비성향이란 소득 중에서 소비를 위해 지출하는 비중을 말한다. 소비되지 않고 남은 소득은 자동적으로 저축으로 분류된다. 만약 이윤과 임금의 한계소비성향이 같다면, 임금의 증가(이윤의 감소)는 소비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소득의 일부가 이윤에서 임금으로 이전되더라도 소비로 지출되는 몫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금의 소비성향이 이윤의 소비성향보다 높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소득이 임금 쪽으로 더 많이 분배된다면 소비수요는 늘어난다. 이윤의 상당 부분은 주주에게 배당되지 않고 기업 내에 유보되어 기업 저축(이것이 사내유보금이다)을 구성하기 때문에 이윤의 한계 저축(소비) 성향은 임금보다 높은(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이윤 소득자가 일반적으로 임금소득자보다 부유하기 때문에 이윤 소득자의 저축률(소비성향)이 임금소득자의 저축률(소비성향)보다 높다(낮다). 비슷한 논리로 임금격차의 감소도 하위임금소득자의 소득비중을 높이기 때문에 소비수요를 증가시킬 것이다. 이 결과는 실증적 증거에 의해서 잘 뒷받침된다.

그런데, 임금 비중의 증가가 소비 및 총수요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기업의 투자지출에 미치는 효과 때문에 상쇄될 수 있다. 왜냐하면 임금 비중의 증가는 기업의 이윤율을 저하시키고 이로 인해 기대 이윤이 낮아져 기업의 투자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임금 비중의 증가는 국제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수출의 가격탄력성이 큰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임금 비중의 증가가 순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는 클 수 있다. 임금이 수출가격의 인상 없이 오른다면 이윤 몫이 줄어들 것이고 수출가격이 오른다면 더 이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금 비중의 증가가 소비, 투자,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고려하면 총수요가 어떻게 변할지는 사전적으로 명확하지 않다.

이런 이유로 소득주도성장론자들은 임금 비중의 증가가 총수요를 늘려서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국민경제의 특성에 따라서 다를 수 있으며 나라별로 실증적으로 검토해야 할 문제로 바라본다.

그래서 소득주도성장론자들은 주요국에 대한 계량분석을 통해서 임금 비중의 변화가 총수요를 확대하는 나라를 임금주도 체제로 규정하고 그 반대인 나라를 이윤주도 체제로 분류하고 있다.

(다) 임금주도경제와 이윤주도경제

오나란과 칼라니스는 2012년 G20 국가를 대상으로 이윤의 변화가 총수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일관된 수치를 제공했는데, <표1>이 그 결과를 요약한 것이다. (Onaran, Özlem&Galanis, Giorgos, 2012, aggregate demand wage-led or profit-led?, ILO.) 이 표는 주요 나라별로 국민소득 중에서 이윤 비중이 1% 포인트 증가할 때 그 나라의 수요 구성요소들인 소비(A열), 투자(B열), 순수출(C열), 민간 수요(D열), 그리고 승수효과를 감안한 총수요(E열)에 미치는 효과를 기술하고 있다.

<표 1> 오나란과 칼라니스의 연구결과 요약: 이윤 1% 포인트 증가로 인한 효과
구분 소비 투자 순수출 민간수요 총수요
(승수효과포함)
A B C D (A+B+C) E
유로존 12개국  -0.439  0.299  0.057  -0.084  -0.133 
영국  -0.303  0.120  0.158  -0.025  -0.030 
미국  -0.426  0.000  0.037  -0.388  -0.808 
일본  -0.353  0.284  0.055  -0.014  -0.034 
멕시코  -0.438  0.153  0.381  0.096  0.106 
중국  -0.412  0.000  1.986  1.574  1.932 
인도  -0.291  0.000  0.310  0.018  0.040 
한국  -0.422  0.000  0.359  -0.063  -0.115 

그들에 따르면 이윤 비중이 증가하면(임금 비중이 감소하면) 수출 의존성이 높은 중국과 인도,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총수요가 감소한다. 한국의 경우를 보면, 이윤 비중이 1% 포인트 증가하면 소비는 -0.4222% 감소하지만 투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온다. 단순 수출은 0.359% 증가하지만 소비의 감소분을 상쇄하지는 못해서 총수요는 오히려 감소한다.
이 결과는 한국의 경우 임금이 증가하면 순수출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지만 내수가 더 많이 증가하여 경제의 총수요가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의 연구도 유사한 결론을 내놓고 있다. 홍장표의 2014년 연구(『소득주도성장과 중소기업의 역할』, 부경대학교)에 따르면 임금 비중이 1% 증가하면 총수요는 1.24% 증가한다.

이 연구에서도 임금 비중이 상승해도 수출 수요는 하락하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 이제는 한국 수출에서 가격경쟁력이 아니라 비가격경쟁력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임금의 비중이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하락하여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는 주장이 강력하지만 실증적인 연구의 결과는 그렇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론을 제시한 것도 한국경제의 경우 실증분석의 결과에 비춰볼 때 임금주도 체제이기 때문이다.

(라) 소득주도성장론의 이론적 한계

소득주도성장론은 수요측 요인이 성장에서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이론적으로 발전시켰다는 것에서 경제 이론적으로 적극적 의의를 갖는다. 하지만 아직 적지 않은 이론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을 예로 들면, ′국민경제가 이윤주도 체제와 임금주도 체제로 구별된다는 가정이 현실적인가?′하는 문제이다. 소득주도성장론자들은 장기 데이터를 사용하여 각 국민경제를 이윤주도 체제와 임금주도 성장체제로 구분한다. 하지만, 한국민 경제의 발전과정에서 성장을 주도하는 요인이 시기별로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특정 시점에 한국민 경제가 임금주도인가 이윤주도인가를 판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더욱이 이 문제는 대외부문을 고려하면 더욱 복잡해진다. 한 나라가 임금 비중을 높이거나 낮추었을 때 순수출을 통해서 총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나라의 임금 비중이 변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상이한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국민 경제가 고유하게 임금주도 체제이거나 이윤주도 체제라는 가정은 무리가 있다.

또 하나의 이론적 한계는 노동소득분배율이 경제성장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인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 달리 말해, 노동소득분배율이 정책이나 제도의 변수가 아니라 다른 요인들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면 소득주도성장의 논리는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노동소득분배율 자체가 통화정책, 재정정책, 증권시장 활황, 환율 변화, 외국의 성장률 등과 같은 많은 요인들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결론에 대신하여

경제성장과 관련한 널리 공유되는 통념은 빠른 성장을 위해서는 분배적 평등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우선 파이를 키우자′라는 논리가 지배했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런 통념의 배경에는 ′공급측 요인이 성장을 뒷받침한다.′는 이론이 성장 이론을 지배한 점도 있다. 따라서 소득주도성장론은 수요측 요인에 주목하면서 소득분배의 문제와 성장을 연결 짓는다는 점에서 적극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사실 한국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이윤 실현의 조건을 보장해줄 때 투자와 생산의 증가에 힘입어 경제성장이 활력을 띨 것이라는 관점에서 경제를 운영해왔다. 그 기간 동안, 노동자들의 임금 증가율이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함에 따라 국민소득에서 임금 비중이 줄고 이윤 비중이 늘어왔다. 이렇게 기업 이윤을 보장하는 여건이 보장되었음에도 그 기간 동안 경제성장은 오히려 둔화되었다.

이러한 결과가 초래된 것은 세계경제의 둔화로 수출이 예전과 같은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임금의 정체로 내수가 부진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사실은 1990년 기준으로 한국경제의 총수요에서 민간 소비가 41.0%를 차지했지만 2012년에는 32.2%로 감소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저성장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임금을 비롯한 서민소득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소득주도성장론은 정당성을 갖는다.

분배 문제를 개선한다는 차원뿐만 아니라 기업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서민 소득의 향상을 통해 유효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의 기조에 따라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 정규직 전환, 노동시간 단축과 여타 일자리 창출 정책은 성장 활력의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은 현 정부가 당면한 경제침체 상황을 극복하는 데 있어서 실천적으로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최저임금 인상, 정규직 전환과 같은 정책수단만으로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앞 절에서 언급했듯이 노동소득분배율 자체가 성장의 결과이기도 하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과 정규직 전환 등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노동소득분배율의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지는 거시경제적인 다른 요인의 추이에 크게 의존한다.

결국 소득분배가 성장에 기여하는 바는 장기간에 걸쳐 누적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득분배 개선만으로 단기간에 성장에서 차별적 성과를 내려는 것은 무리이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쟁에서 알 수 있듯이 자영업의 비중이 높은 한국경제의 현실에서 임금에만 초점을 맞춘 소득 향상 정책은 단기적인 부작용을 낳아 정책적 지속성을 갖기 힘들다.
게다가 한국의 소득분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윤과 임금의 비중만이 아니라 임금소득자 내의 격차가 크다는 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최저임금의 인상만으로 해소될 수 없는 문제이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보완적인 정책을 필요로 한다.

다음으로 소득분배의 개선이 국제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다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이론적으로 임금 비중이 총수요에 어떤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지는 수출 부문을 포함한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며, 지극히 다른 나라의 임금정책의 영향과 상호 영향을 교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으로 대표되는 지난 1년 반 동안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분배의 개선을 포함하는 구조적 총수요 확대 정책’으로서 분배와 성장의 문제를 동시에 풀겠다는 이상적이고 야심에 찬 계획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이 경제성장을 규정하는 요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소득분배 개선의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득주도성장은 정책담당자의 바람과는 달리 정책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을 정도의 단기적 성과를 내놓지 못할 수 있다. 그러므로 소득주도성장은 적극적 재정정책과 같이 단기적으로도 성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보완적인 정책에 의해서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