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업계의 끊이지 않는 회계이슈들, 산업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

BY 신하준   2018-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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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약품 시장은 2016년 약 21조원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의 1.7%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한미약품,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은 이미 국내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산업 속에서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국내 기업들을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자랑스럽다. 이러한 성장세를 보고 글로벌 제약사들과 국내외 투자자들이 국내 바이오 벤처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금년도 국내 IPO 시장에서도 바이오 기업들은 잇달아 상장에 성공했다. 2015년 10개, 2016년 9개, 2017년 5개, 2018년 13개사의 바이오 기업이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 등록했다. 또한 바이오 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액은 2018년 10월 기준 7016억원으로, 2017년 총 투자액인 3788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국내외 여건 악화로 다른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상장이나 투자유치에 애로를 겪고 있는 것과는 확연히 달랐다. 하지만,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성장과 함께 각 기업들의 회계 투명성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거의 매일 미디어에서 관련된 이슈를 다루고 있어서인지, 시장에 팽배한 불신의 배경에 대해 업계 종사자들과 논의할 기회도 적지 않다. 지난 11월 15일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처리를 고의적인 중과실로 인한 회계 부정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로 인해 상장폐지 위기는 넘겼지만 검찰고발 등 중징계를 받은 회사 관계자들과 국내외 투자자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신뢰를 근간으로 하는 바이오산업에서 회계 투명성에 대한 실망이 커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도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감독기관과 투자자들은 연구개발이 주업인 바이오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지출한 돈을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고 과다하게 자산으로 인식한 것에 대해 계속해서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한 비중이 높은 제약바이오 기업 10곳을 대상으로 2018년 3월 7일부터 테마감리를 실시하였고, 증선위는 11월 28일 개발비 자산화 시점에 판단 오류가 있는 10개사에 대해 경고나 시정요구 등 계도 조치를 하였다. 이는 연구개발비의 자산화 비중이 높아지면서 160여개 이상의 상장사가 속한 제약 바이오산업의 급성장으로 인해 기업가치와 경영성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바이오 기업들은 개발 중인 신약의 임상실험 실패나 신약기술 수출계약의 중단과 같은 중대한 위험을 안고 있다. 이러한 위험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개발비 자산화는 기업 간 큰 차이를 보인다. 일부 기업들은 과거 국내 회계기준의 영향으로 연구단계나 개발단계에 대한 구분을 명확하게 적용하지 않거나, 주로 복제약을 생산할 때의 회계처리 관행을 신약개발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었다. 경영진은 일반적으로 임상초기단계에서 신약의 판매승인이 날 수 있는 확률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기업의 영업실적이 상장유지와 자금조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연구개발비 비용처리에 대한 부담이 클 것이다. 타 업종보다 연구개발비 지출이 많은 바이오 기업들은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하느냐,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느냐에 따라 영업실적이 흑자에서 적자로 바뀌기도 한다. 만약 4년 연속 적자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5년째 적자면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된다. 기술특례상장 이후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인 바이오 기업이 적지 않다. 바이오니아, 이수앱지스, 제넥신 등이 대표적이다. 연구개발 단계부터 상품화가 될 때까지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한 바이오 기업의 입장에서 상장폐지 위험이 높아지면 충분한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진다. 바이오 기업들이 스스로 풀어야 할 과제이지만 결코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상장폐지와 무관한 비상장기업은 개발비 회계처리에 대한 이슈가 없을까? 비상장기업도 개발비 회계처리에 대한 부담이 상장기업 못지않게 클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상황이 훨씬 어려운 비상장기업은 은행대출이나 유상증자, 사채발행 등 갖은 방법을 찾아 연구개발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유리한 투자심사 결과를 바라는 비상장기업에게 영업손실 감소, 자본잠식 회피와 연결된 개발비 자산화는 큰 유혹이 될 수밖에 없다.

기업 실무자 사이에서는 국제회계기준이나 우리나라 회계기준에서 개발비의 회계처리에 대하여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미국회계기준과 같이 모든 개발비 지출을 해당 기간의 비용으로 처리하도록 요구한다면 이러한 회계처리 논란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제회계기준은 연구개발과 관련된 활동을 연구단계와 개발단계로 구분하고, 6가지 기준을 모두 제시할 수 있는 경우에만 개발단계에서 발생한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회계기준을 채택한 유럽의 주요 제약사의 경우 정부의 판매허가 시점 이후 지출만을 자산으로 인식한다. 우리나라 상장기업도 국제회계기준을 채택하고 있지만,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는 글로벌 제약사의 관행과 달리 국내 업계의 특성과 현실을 고려한 회계처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2018년 9월 감독기관은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와 관련한 감독지침을 발표하였다. 국내 기업에 선진국 글로벌 제약사의 회계처리 관행을 무리하게 요구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 중 핵심은 무형자산을 완성할 수 있는 기술적 실현 가능성에 대한 판단기준이다. 기업들은 원칙적으로 약품 유형별로 각 개발단계의 특성과 해당 단계로부터 정부의 최종 판매승인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객관적 확률통계 등을 감안하여 개발비의 자산화가 가능해지는 단계를 설정할 수 있다.

그동안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경우와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경우 각 임상단계의 특성이 동일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적 실현 시점을 동일하게 처리해야 하는지 의문이 있었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을 대상으로 비슷하게 만들어낸 복제약으로, 오리지널 바이오 의약품과 다른 방식으로 비슷한 성분이나 함량 등을 유지하여 만든다. 미국의 경우, 신약의 경우 최근 10년간 임상 3상 개시 승인 이후 정부 최종 승인율이 약 50% 수준이라고 하고,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임상 1상 개시 승인 이후 최종 승인율은 약 60% 수준이라고 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신약의 경우 임상 3상 개시 승인시점을,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임상 1상 개시 승인시점을 개발비 자산화 시점으로 보는 의견이 더 설득력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를 통해 대표적인 바이오시밀러 기업인 셀트리온과 3상 임상을 진행 중인 신라젠, 에이치엘비, 지트리비앤티 등의 관련 회계처리에 대해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이른 단계에서부터 개발비를 자산화 하려는 기업도 있다. 가령, 전임상 단계나 임상 초기 단계에서 기술이전(license-out) 계약을 체결한 기업이 이후 발생하는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려는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개발비 자산화 시점을 섣불리 판단하기엔 고려할 게 많다.

먼저 바이오 기업들이 체결한 각 기술이전 계약의 특성에 대하여 세밀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신약의 개발경험이 부족한 국내 바이오 기업은 신약후보물질의 기술이전을 주요 사업모델로 한다. 만약 신약후보물질을 시작으로 각 임상시험을 거쳐 최종적으로 신약을 만들어 수출하면 훨씬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지만 천문학적인 연구개발비와 10여년의 개발기간이 필요하다.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만약 예기치 않은 심각한 부작용으로 임상시험이 실패하게 되면 자본력이 약한 바이오 기업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차다. 결국 기술이전에 주력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을 생각하기 어렵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하나의 신약개발을 위해서 수천억원을 투자하는 게 다반사이다. 최근에는 특허 만료와 파이프라인 축소로 고전하고 있다. 이들에게 초기 계약금과 마일스톤, 경상로열티 지급을 조건으로 하는 계약은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개발이 성공할 경우 투자금 회수 외에도 훨씬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고, 개발이 중도에 실패하더라도 계약금과 일부 마일스톤만 지급하면 그만이다.

일반적으로 채택되는 기술이전계약은 계약시점이나 계약기간의 초기에 상당한 대가를 받기로 하는 초기 계약금을 포함한다. 마일스톤은 기술개발의 각 단계(임상1상, 2상, 3상 또는 판매승인)를 성공하였을 때 수령하며, 경상로열티는 최종 상업화 이후 발생하는 매출의 성과에 따라 수령한다. 최근 기술이전계약에 성공한 국내기업들의 경우 기술이전 계약금과 개발이 완료되면 받을 수 있는 마일스톤 총액을 공개하면 크게 주가가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보통 천문학적인 기술이전료 또는 ‘대박’이라고 표현되는 쾌거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우 조심해야 할 함정이 숨어 있다. 이러한 계약은 확정된 것이 아니라 중도에 해지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술이전계약이 발표된 후 한두 해 지나면 일부 임상시험 중단과 기술수출 계약해지와 관련된 뉴스가 나오곤 한다. 초기 계약금은 전체 계약기간 동안 수익으로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마일스톤은 임상시험을 종료할 때까지 수년에 걸쳐 각각의 단계가 충족되었을 때 수익으로 인식할 수 있다. 초기임상시험에 실패한다면 마일스톤을 전혀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수천억원의 기술이전계약 체결을 발표한 한미약품, 유한양행 등 국내 제약사의 글로벌 임상이 중단되면서 주가가 급락하여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은 적이 있다. 이러한 사례는 기술이전이 계속 확대되면서 더욱 자주 발생할 수 있다.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기업은 이를 근거로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계상할 수 있다. 만일 계약해지로 인해 자산으로서의 본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면, 해당 개발비에 대해 무형자산손상차손을 인식해야 한다. 이 경우 신약개발 성공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면서 과거 자산으로 인식한 개발비가 일시에 거액의 손실로 바뀌게 된다. 실제 한 국내기업은 2년 전 의약품사업의 개발비를 전액 손상차손으로 처리한 탓에 당해년도 당기순이익이 전년도의 20%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급감한 적이 있다. 일반적인 기준보다 이전 단계에서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인식하는 경우, 거래의 진성 여부나 계약의 이행가능성 등을 포함하여 기술이전 계약에 대해 더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이유이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은 그간 많은 투자와 도전정신이 일궈낸 성과이다. 일부 기업들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부러워할 만큼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바이오산업이 회계투명성 이슈와 대내외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수많은 바이오 기업들이 잘못된 회계정보로 상장이나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중간에 도태되기도 한다. 지금의 위기를 불러온 바이오 기업들은 추락한 회계투명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다수의 국내 기업들은 이미 내부에 많은 회계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다. 감독기관 및 외부전문가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고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체계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노력들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