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종합부동산세 절세 컨설팅 논란

BY 황범석   20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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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가장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린 세금이 있다면 아마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일 것이다. 특히 ‘21년 종합부동산세의 개정을 통한 증세는 납세자들의 예측가능성을 단번에 뛰어 넘었고, 그에 따라 많은 납세자들이 고지서를 들고 세무서로 항의 방문하였다.

필자는 당시 일선 세무서의 납세자보호실에서 재직하고 있었는데 납세자보호실까지 찾아와서 화를 내시거나 눈물을 훔치시는 납세자 분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 한켠이 무거웠다. 납세자분들 역시 세무서에 방문해 항의한들 달라질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 분이 많았다. 다만 너무 화나고 당황스러워 그 억울한 마음을 이야기할 곳이 필요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덕분에 종합부동산세 고지일 후 납세자보호실은 방문 민원과 전화 민원으로 인해 거의 마비상태였다. 그리고 이후에 듣게 된 이야기지만 해당 고지서를 발송한 담당자가 일하고 있는 재산세과의 풍경은 납세자보호실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었다고 한다.

종합부동산세로 인해 국가 전체가 떠들썩했던 시기, 무거워진 종부세 고지서를 받은 납세자들 사이에서 한 명의 전문가 A씨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A씨는 신탁제도를 활용하여 종합부동산세를 절세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상품화하여 다수의 납세자들에게 홍보하였다.


그 절세법이란 무엇이고 지금 그 경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우선 관계 법령부터 살펴보자.

종합부동산세법 제7조 제2항 및 지방세법 제107조 제2항 제5호에 따르면 「신탁법」 제2조에 따른 수탁자의 명의로 등기 또는 등록된 신탁재산으로서 주택의 경우에는 위탁자(원 소유자, 신탁한 자)가 종합부동산세 및 재산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 이 경우 위탁자가 신탁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본다.

결론적으로 최종 위탁자가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보아 주택에 대한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를 부담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법리를 통하여 전문가는 어떠한 상품을 만든 것일까?

방법은 간단하다. 다주택자 A가 보유한 주택(1)을 B에게 신탁한다. 그렇다면 이 관계에서 A는 위탁자, B는 수탁자가 된다. 그리고 A의 주택(1)에 대한 신탁자 지위를 무주택자인 C에게 이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1)주택 위탁자는 최종적으로 무주택자인 C가 된다.

그리고 무주택자 C는 위탁자 지위를 이전 받았으므로 재산세를 부과하는 지자체의 담당자에게 주택(1)에 대한 재산세를 본인에게 고지해 달라고 요청한다.

관련 지자체는 C에게 재산세 고지서를 송부하고, 국세청은 재산세 과세내역을 근거로 하여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송부하게 된다.

결국 다주택자 A는 종합부동산세 다주택자 중과세에서 빠져 나갈 수 있게 된다.

신탁의 효력이 제대로 발동되고 그 지위의 이전이 적법하게 이루어진다면 법리상 크게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 A씨는 한가지 큰 사실을 간과했다.


그것은 바로 세법에는 실질과세의 원칙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지방세기본법 제17조와 국세기본법 제14조는 실질과세 원칙에 대해 규정해 놓았다.
지방세기본법 제17조 【실질과세】
① 과세의 대상이 되는 소득ㆍ수익ㆍ재산ㆍ행위 또는 거래가 서류상 귀속되는 자는 명의(名義)만 있을 뿐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을 때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이 법 또는 지방세관계법을 적용한다. ② 이 법 또는 지방세관계법 중 과세표준 또는 세액의 계산에 관한 규정은 소득ㆍ수익ㆍ재산ㆍ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이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내용에 따라 적용한다.
국세기본법 제14조 【실질과세】
① 과세의 대상이 되는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의 귀속이 명의(名義)일 뿐이고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을 때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세법을 적용한다. ② 세법 중 과세표준의 계산에 관한 규정은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그 실질 내용에 따라 적용한다. ③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둘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으로 이 법 또는 세법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경제적 실질 내용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를 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를 한 것으로 보아 이 법 또는 세법을 적용한다.
그리고 대법원은 납세의무자가 선택한 거래의 법적 형식이나 과정이 처음부터 조세회피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경우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과세가 가능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서초구청은 다주택자 A씨의 신탁 행위는 종합부동산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으며, 이에 대해 주택(1)의 실제 소유를 A씨로 보아 재산세를 과세하였다. 그리고 위탁자의 지위를 이전한 A씨의 주택(1)이 A씨의 주택 수에 포함됨에 따라 A씨는 다주택자로서 종합부동산세가 고지되었고, A씨는 이에 불복하여 현재 소송진행 중이다.

그리고 본 건과 관련하여 2022년 11월 고등법원 판례가 생성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서울고등법원은 해당 사건에 대해 국가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 주된 이유는 아래와 같다. (서울고법2022누37976, 2022.11.24.) 재산세부과처분 취소
위 조항의 경우에도 명의와 실질의 괴리가 존재하고 그 괴리가 조세회피목적에서 비롯된 경우에는 그 명의에도 불구하고 실질에 따라 납세의무자를 판단함이 타당한 점, 위탁자 지위 이전계약 내용에 따르면 이전 대가가 10만 원에 불과하고, 양도인인 원고들이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할 수 있으며, 계약해제 경우 양수인이 원고들에게 위 10만 원 및 연 12%의 이자를 가산하여 반환하도록 하고 있어 부동산의 실질 가치를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이 사건 각 부동산으로 인한 수익도 계속 원고들이 향유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의 위탁자 지위 이전은 실질적인 양도 없이 오로지 종합부동산세 등 조세회피의 목적을 위하여 형식상 위탁자 지위를 이전한 것으로 가장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실질적인 위탁자인 원고들이 여전히 재산세 납세의무를 부담함

서울고등법원은 명의와 실질의 괴리가 존재하고 그 괴리가 조세회피목적에서 비롯된 경우로 보아 실질에 따라 납세의무자를 판단함이 옳다는 근거를 들며 국승을 선언하였다.

최근 실질과세의 원칙을 점차 받아들이고 있는 법원의 태도 및 해당 판결문의 법리로 보아 개인적으로는 과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이 있기 전까지는 그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 대법원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다. 다만, 한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대법원에서 해당 건에 대한 판결 시 심리불속행 판결만은 피했으면 한다.

일부 종합부동산세 납세자들은 지난 해에 비해 몇 배나 증가한 세부담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으며 그 대안으로 절세 컨설팅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가 이렇게 나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탁이라는 행위에 조세회피 목적이 없었다고 볼 수 없고, 몰랐다는 사유는 세법 위반 여부 판단 시 고려사항이 아니기에 이러한 부분이 얼마나 판사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치밀한 연구 없이 급속도로 진행된 종합부동산세의 개정이 다수의 납세자에게 조세회피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뒤에서 민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법을 개정함에 있어 충분한 연구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