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읽는 원리(2) _ 장단기 금리 역전과 현대통화이론(MMT)

BY 홍익희   2019-07-29
조회 671 3

스마트머니의 이동을 눈여겨보자

경기의 변곡점을 가장 확실히 알 수 있는 방법의 하나가 스마트 머니의 흐름을 살펴보는 일이다. 스마트 머니(Smart money)는 한마디로 투자처를 빠르게 찾아내 남들보다 한발 앞서 투자하는 ‘현명한 돈’을 뜻한다. 월가에서 출현한 용어로 기관투자가나 큰 손으로 불리는 개인투자자의 자금을 지칭한다.

일반적으로 고수익의 단기 차익을 노리고 장세에 따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핫머니를 일컫는 말이지만 차별화된 정보력과 판단력으로 한발 앞선 투자를 한다는 점에서 스마트 머니라는 명칭이 붙었다.

일반적으로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벌처펀드 등이 운용하는 자금이 스마트 머니로 분류된다. 스마트 머니의 특징은 경제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스마트 머니의 동향은 일반 투자자에게 선행지표가 되기도 한다.


위기를 예고하는 장단기 금리 역전

2019년 3월 22일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3개월물 금리를 밑돌았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것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향후의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였다. 이는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낸 투자자들의 스마트 머니가 안전시장으로 간주되는 채권시장으로의 빠르게 옮겨가면서 주가가 빠지고, 채권 가격은 올라 채권 금리가 내려가 생긴 현상이었다, 특히 돈이 단기채권보다 장기채권에 몰리면서 장기채권 금리가 떨어져 단기채권 금리를 하회하면서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했다. [출처 : 연준, 미국 장단기 국채금리 차이(10년-2년), 음영은 미국 경기침체기를 표시]
상기 그래프에서 보듯,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차 역전은 경기침체의 선행지표였다. 경험적으로도 장단기 금리차 역전은 경기침체에 앞서 나타났다.

실제 1960년대 이후 7차례의 경기침체가 모두 장단기 금리 차 역전 후 짧게는 5개월, 길게는 24개월, 평균적으로는 금리역전 16개월 후에 경기침체가 발생했다. 이런 경험치를 토대로 스마트머니 운용 펀드매니저들은 장단기금리 격차가 시사하는 경기예측 확률을 각종 투자판단 시 활용하고 있다.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 만기가 긴 채권을 산다는 것은 장기간의 위험 노출을 무릅쓰고 돈을 오랜 기간 빌려준다는 의미로, 이러한 위험 부담이 반영된 장기 채권 금리는 통상 단기채권 금리보다 높게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장기채 금리가 단기채보다 높은 이유이다.

그런데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 투자자들은 채권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단기 채권보다는 비교적 안정적인 장기 채권으로 몰리면서 장기 채권 가격이 올라가고(채권금리 하락) 단기채권 가격은 내려(채권금리 상승)간다. 이로써 금리 역전현상이 나타난다. 이것이 장단기 금리 차 축소나 역전을 경기침체의 전조로 보는 이유이다.

‘그린스펀 수수께끼(Greenspan′s conundrum)’라는 용어가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두 해 전인 2006년 당시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렸음에도 오히려 시장금리는 떨어져 연준의 기준금리보다 국채시장의 10년물 장기금리가 더 낮았다. 국회에서 한 의원이 어떻게 이런 현상이 벌어졌는지 그린스펀 연준 의장에게 그 사유를 묻자 그린스펀 자신도 그러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수수께끼” 같은 일이라고 대답했던 것에서 ‘그린스펀 수수께끼’라는 용어가 유래했다. 이후 그린스펀 수수께끼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렸음에도 시장금리가 떨어지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 지난 해(2018년) 연준이 마지막으로 기준금리를 올렸을 때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현대통화이론(MMT)의 출현

과거 주류 경제학에서는 장단기 금리 역전은 불황의 신호탄이었다. 하지만 현대 통화 및 금융시장에서는 이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을 예전의 시각에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른바 현대통화이론(Modern Monetary Theory: MMT)의 출현 때문이다. 현대통화이론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저번 장에서 보았듯이 장기적 추세로 보았을 때 금리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게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로 금리와 오랜 양적완화 정책으로 엄청난 통화가 발행되었음에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EU와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보니 직접 돈을 굴려 투자하는 월가 등 투자자와 재정정책을 이용해 경기를 부양하고자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기존 경제학이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통화시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등장한 게 현대통화이론이다.

현대통화이론은 정부재정과 경제의 작동원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국가가 과도한 인플레이션만 없다면 경기부양을 위해 화폐를 마음껏 발행해도 된다는 이론이다. 기존 주류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정부 지출이 세수를 뛰어넘어선 안 된다는 통념을 깬 것이다.

MMT 이론 주장자들은 국가가 경기부양에 필요한 정책을 도입하는 데 돈이 모자란다면 일단 화폐를 발행하고, 이로 인해 일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 같다면 세금을 거둬들여 시중의 유동성을 흡수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MMT 이론에 따르면 국가는 지출을 위해 국채도 발행할 필요가 없다. 이런 내용을 근간으로 한 현대통화이론은 1970년대 미국 이코노미스트이자 헤지펀드 매니저 워런 모슬러와 1990년대 초 윌리엄 미첼 뉴캐슬대 교수 등이 발전시킨 이론으로 학계에서는 환영받지 못했다. 아직도 MMT 이론이 주류 경제학자들의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연준 역시 MMT 이론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주류 경제학자와 연준이 이를 터무니없는 이론이라고 치부하는 것과 달리 월가와 정가 일부는 다소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월가가 주목하는 이유는 지난 2년간 연준이 장기금리를 올리기 위해 모든 것을 시도했지만,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MMT는 시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지난 40년간의 잘못된 가정을 무너뜨렸다고 평가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설립자 레이 달리오는 미국 경제가 또다시 위기에 빠지면 기존의 제로금리 정책과 양적완화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이 새로운 통화정책으로 현대통화이론을 도입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미국도 일본과 유럽의 길을 따라 금리가 0%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렇게 되면 위기 때 금리를 더 낮추기 어렵고, 양적완화는 사들일 채권이 부족해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달리오는 기존 통화정책이 부자만 돕는 정책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제로금리와 양적완화가 “교육, 인프라, 연구·개발 같은 좋은 투자를 유발하지는 못하고 자산 가격을 높여 고액자산가만 도왔다”고 비판했다. 이런 이유로 다음 경기 침체기에는 통화정책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연결된 현대통화이론을 대안으로 꼽았다. 이 이론은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없다면, 정부가 재정적자 규모에 얽매이지 말고 필요한 만큼 통화를 발행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현대통화이론을 설명한 <균형재정론은 틀렸다>를 쓴 렌델 레이 교수는 그의 책에서 “정부의 재정 운영에 있어서 최고의 목적이 되어야 하는 것은 바로 완전 고용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이론이 과감한 재정적자를 불사하는 것은 정부 지출이 늘어나야 민간의 현금 보유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곧 재정정책의 목표는 경기순환에 맞서 이를 안정시키는 적극적인 역할과 더불어 완전고용이 달성되도록 소득을 늘리고 목표이자율을 달성하는 두 가지의 원리에 따라 운영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재정적자를 얼마든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월가뿐 아니라 진보적 정치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 등 정치인들이 MMT 이론을 지지하고 있다. 이들이 골방 속 경제학에 불과했던 MMT를 논란의 무대로 끌어낸 사람들이다. 2016년 대선에서 선풍을 일으킨 버니 샌더스는 MMT 이론을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상위 1%에 대한 증세와 정부의 재정정책 강화로 서민복지 지출 극대화를 주장하고 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하원의원)
한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하원의원은 스스로를 MMT의 팬이라고 자처하며, 노골적우로 MMT 이론을 지지하고 있다. 그녀는 지난해 29세 남미계로 바텐더 출신임에도 파격적 소득ㆍ부 재분배 정책을 공약을 내걸어 뉴욕에서 하원의원 후보로 출마하여 압도적인 지지율(득표율 78%)로 당선되었다. SNS 소통에 능한 최연소 의원인 그녀의 트위터 팔로워 수는 약 380만 명에 이른다.

오카시오 코르테스는 그녀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 뉴딜정책’에 무려 130조 달러를 쓰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린 뉴딜정책은 기후변화 문제와 사회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10년 내에 해소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알렉산드리아의 공약을 전부 추진하려면 560조 달러는 있어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비용을 그냥 돈을 찍어서 추진하자는 것이다.


판단은 각자의 몫

< 주류 경제학과 현대통화이론의 비교 >
주류 경제학 구분 현대 통화이론
돈은 교환의 매개물이다. 통화량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돈이란 무엇인가 돈은 정부가 세금을 걷기 위해 주는 증서 통화량은 정부가 조절한다.
세금을 걷고 모자라면 국채를 발행한다. 정부재정 조달방법 정부가 돈을 찍어 지출한다.
세수나 국채발행에 얽매일 필요 없다.
있다. 정부 파산 가능성 없다.
금리 낮추고 재정 확대 경기 부양 방법 완전고용 될 때까지 재정을 푼다.
통화정책은 효과 없어 제로금리 유지

[출처 : 돈, 무한정 찍어내도 나라가 안망한다고? 진짜야?, 방현철 기자, 조선비즈 2019. 6.12]
주류 경제학자들과 현대통화이론 옹호자 간에 치열한 논쟁이 진행 중이다.

주류 경제학자들의 논거를 보자.

주류경제학자들은 균형재정을 신봉해왔다. 정부채무의 증가는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모든 경제정책과 경제행위의 선택에는 필히 대가가 따른다고 믿고 있다. 정통 경제학계에서 현대통화이론을 무시하는 이유의 하나이다.

사실 현대통화이론은 미국과 같은 기축 통화국에 한정된 이야기이다. 그들은 통화 발행 자체가 막대한 시뇨리지 효과에 힘입어 국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통화이론이 숭상된다면 기존 경제학은 송두리째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 기존 경제학은 ‘공짜 점심은 없다.’고 가르쳐 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대통화이론 옹호자들과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금리는 내려갈 수밖에 없고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곧 유동성 살포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구조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경기가 침체되어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앞으로 세계 경기가 살아나 호황이 닥치면 잠자고 있던 유동성이 한꺼번에 살아나면서 돈의 유통 속도가 걷잡을 수없이 빨라질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 쓰나미가 일어날 수도 있다.

이번에는 현대통화이론 옹호자들의 논거를 보자.

현대통화이론을 요약하면, 돈을 찍어내서라도 정부지출을 늘리라는 것이다. 주류 경제학 입장에서는 말이 안 되는 소리이다. 돈을 무작정 찍으면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통화이론 지지자들은 이런 비판에 대해 미국이 기축 통화국이라 돈을 찍어내도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대통화이론에서 유의미한 부분은 재정의 역할이다. 기존 주류 경제학이 미처 알아내지 못한 재정의 적극적 역할 곧 공공성의 확대와 소득 상승효과, 일자리 창출이 그것이다. 이는 금융자본주의의 최대 문제인 소득불평등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의 근본적인 어려움은 ‘수요의 부족’이라 할 수 있는데, 적자재정 정책은 이의 물꼬를 터줄 수 있는 마력이 있다.

게다가 인류는 인플레이션이 거의 없는 장기 안정 국면을 처음 맞고 있다. 무엇이 이를 가능케 했을까?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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