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사채 투자 확대 – 바이오 벤처기업의 주요 자금조달 원천

BY 신하준   20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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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벤처기업을 창업하여 자금을 마련하는 일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매우 힘들다고 한다. 바이오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은 일반적인 IT기업과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IT기업들은 초기자본(seed capital)만 조달하더라도 제품의 상업화에 성공할 수 있다. 한편, 바이오 벤처기업은 제품의 최종 시판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자금조달을 수 차례 시도해야 하며, 때로는 상장이나 인수합병 등을 추진하기도 한다. 창업초기단계에는 창업가나 지인들로부터 작은 규모의 자본을 조달하여 회사 설립과 사업 준비에 이용한다. 시드 자본은 직원을 고용하고 제품개발을 시작하거나 시장조사를 확대하는 단계에서 창업가나 지인, 엔젤투자자 등으로부터 1억~10억 원의 규모로 확충된다. 이후 초기단계자본이나 개발단계자본은 엔젤투자자 혹은 벤처캐피탈로부터 조달되며, 투자규모는 10억~100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이르기도 한다. 이 단계에서 투자자에게 우선주를 발행하기 때문에 우선주 라운드(preferred round)라고 불리기도 한다. 벤처캐피탈은 초기단계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개는 중기단계에서 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 일반적으로 임상2상이나 임상3상의 임상실험을 하는 경우에는 추가적인 라운드가 필요할 수 있다. 특히 바이오 기업은 신약개발에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여 상장(IPO)이나 인수합병(M&A)을 추진하기도 한다. 상장 직전에 자금이 필요할 경우에는 메자닌 자본(Mezzanine Capital)을 통해 보다 짧은 기간을 대상으로 위험도가 낮은 투자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벤처캐피탈의 투자유형

일반적으로 벤처캐피탈은 보통주, 우선주, CB/BW 등에 투자한다. 신규투자의 유형은 아래와 같이 2019년 3월 기준으로 우선주가 61.9%로 가장 높은 비중이고, 보통주가 14.8%, CB/BW가 7.8% 비중으로 투자가 이루어졌다.

[표] 유형별 신규투자 금액 (단위: 억원)
2016 2017 2018 2019.3
보통주 4,226 4,437 5,458 1,105
우선주 8,786 10,398 10,529 4,611
CB/BW 3,272 2,823 2,881 584
프로젝트 2,471 2,427 2,749 741
기타 2,103 1,418 2,186 411
합계 20,858 21,503 23,803 7,453

(출처 : 벤처투자정보센터, Venture Capital Market Brief, 2019.03)
투자받는 회사 입장에서 상법상 가장 유리한 것은 보통주이다. 벤처캐피탈 입장에서 보면 투자재원의 기본 속성은 만기가 있는 펀드이다. 만기가 되면 현금으로 돌려줘야 하므로, 벤처캐피탈은 보통주가 아닌 전환상환우선주,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원하게 된다. 보통주 투자는 엔젤투자자나 액셀러레이터에 의한 스타트업 초기투자에 한정된다.

국내에서 초기 벤처기업에 투자할 때에는 보통주 외에 다른 형태의 투자는 보기 드물었다. 회사나 투자자는 단지 투자 배수만 갖고 협상을 했다. 1라운드는 4배수, 2라운드는 10배수 등 이런 식으로 투자가 이루어지는 분위기에서는 투자손실이나 투자금 회수에 대한 우려는 애써 무시되었다. 이후 상장을 약속했던 회사들은 상장은 고사하고 재무상태가 악화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발생하였다. 지나고 나서 보니 보통주 투자는 상장 외에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이 달리 없었다. 이러한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전환사채 방식의 투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투자자는 전환권 행사 전까지는 채권자로서 약정된 이자를 받고, 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여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상장이 어렵다면 보통주 전환 대신 사채원금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어서 보통주로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였다. 이러한 전환사채도 투자자를 만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투자자는 보유한 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기 전까지는 주주의 권리를 가질 수 없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채권자와 주주의 지위를 동시에 갖는 방법으로 전환상환우선주가 등장하였다. 우선주에 지급할 최저배당률을 정하고, 참가적, 누적적 우선주로 발행하였다. 여기에 의결권까지 부여되었다. 2000년대 초 외환위기가 한창일 때 외국계 VC들의 투자계약서에서 처음 접한 전환상환우선주는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무시무시한 투자수단으로 느껴졌다. 최근에도 누군가 전환상환우선주 투자방식을 고리대금업에 비유하면서 벤처업계에서 전환상환우선주가 중요한 논란거리가 된 적이 있다.


최근 전환사채의 발행이 증가하는 이유

전환사채를 포함한 메자닌 자본은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대기업이나 자금조달 시장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들이 주로 발행하였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전환사채는 일반 사채보다 이자율이 낮아 저렴한 비용으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대개 전환가액이 현재 주식을 발행하는 것보다 높기 때문에 지분율의 희석이 적어진다. 향후 주가가 상승해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기업은 원금상환 부담이 없어지면서 부채가 자본으로 바뀌어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지난 4월 29일 자본시장연구원은 코스닥 벤처펀드의 도입에 따라 2018년 코스닥 기업의 전환사채 발행 건수는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전체 자산의 15%를 벤처기업 신주에 투자해야 하는데, 전환사채는 이 비율을 충족시키기에 유리하였다.

투자자들이 벤처기업의 보통주가 아닌 전환사채에 투자하는 것은 결국 투자금의 회수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기대대로 잘 풀려 상장이나 인수합병을 통해 투자금 회수가 잘 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투자자는 적어도 원금과 이자라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고 한다. 전환사채는 투자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성공에 대한 수익을 분배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물론 전환일 이전에 기업이 부도나면 투자원금에 대한 손실이 있을 수 있지만, 주식 투자자보다는 우선으로 변제받을 권리가 있어 위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여전히 전환사채 투자가 많은 편이다. 최근 들어서 스타트업들이 우선주 투자를 받는 일이 드물지 않다. 특히 성장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는 스타트업일수록 우선주 투자를 받는 경우가 많다. 우선주 형태로 투자를 받으면 창업자나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유지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이 될 잠재력이 큰 기업(유니콘 기업)은 보통주보다 전환상환우선주 투자가 유리하다. 보통주로 투자 받을 경우 대개 전환상환우선주보다 주당 가격을 낮게 평가받기 때문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투자 받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어떤 방법도 괜찮다고 할 수도 있지만, 기업을 크게 성장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면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보다는 상대적으로 기업에 유리한 전환상환우선주의 인수를 통해서 투자하려는 투자자를 찾으려고 시도해야 한다.


전환사채 투자계약서의 특이한 조항들

보통주로 투자를 받는 경우에는 투자계약서는 매우 간단하다. 전환사채로 투자를 받는 경우에는 더 많은 조항들이 추가된다. 일반적인 조항들 외에 특이한 조항들이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 리픽싱(Refixing), 공동매도권(Tag-Along Right), 동반매도요구권(Drag-Along Right), M&A요구권 등이 그것이다.

대부분의 전환사채는 전환가액을 조정할 수 있는 리픽싱(refixing) 약정이 부여된다. 리픽싱 횟수에 제한이 없으므로 주가가 지속해서 하락하면 약정에 따라 전환가액 조정이 계속해서 발생할 수 있다. 가령, 전환가액이 1만원인 50억원의 전환사채의 경우 전환가액을 5천원으로 조정하면 신규 발행 주식 수는 50만주에서 100만주로 늘어난다. 이로 인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하락하게 된다.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에는 실질적인 현금유출이 없음에도 파생상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현행 회계기준에 의하면 리픽싱 약정이 부여된 전환사채의 전환권대가는 파생상품부채로 분류하고 전환권을 공정가치로 평가해야 한다. 주가가 오르면 전환권가치가 상승하고, 그 차액은 파생상품손실로 처리한다.

리픽싱 하한은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70%로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전에는 리픽싱 폭이 크지 않더라도 자금유치가 가능한 기업만 제한적으로 리픽싱 하한을 높였다. 하지만 코스닥 벤처펀드 출시의 영향으로 적자가 발생하거나 주가 상승 요인이 없는 기업도 리픽싱 하한을 75%~85%로 과거보다 높게 설정하거나 아예 없애는 경우도 있다. 투자자의 공동매도권(Tag-along right)도 대부분 계약서에 포함되어 있다. 이해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하려고 할 때 투자자는 기존 주주 지분과 동일한 조건으로 처분할 수 있는 권리이며, 이해관계인이 투자자의 주식도 함께 처분할 의무를 부담함으로써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투자자의 회수를 보장하는 조항이다. 어떤 투자자는 이해관계인에게 동반매도요구권(Drag along right)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을 처분할 때 다른 주주의 주식도 거래에 끌어들여서 동일한 조건으로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이며, 주로 투자자들이 투자 이후 회사의 사정이 좋아지지 않거나 대주주의 경영능력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 제3자에 처분하여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수단이다. 이는 경영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으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다.

예전에는 거의 없었지만 최근에는 계약서에 M&A요구권이 자주 포함되고 있다. 회사가 경영성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였거나 상장(IPO)을 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가 M&A를 요구하면 이에 응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기존 주주가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회사를 매각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바이오 벤처기업 CFO의 숙명

바이오 기업이 필요한 자금은 합성신약인지, 바이오의약품인지, 진단키트 생산인지 등에 따라 달라진다. 바이오의약품은 전통적인 합성신약보다 훨씬 많은 자금이 소요된다. 제네릭이나 바이오시밀러의 경우에는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훨씬 자금이 적게 소요된다. 바이오 기업은 2년 정도의 자금을 확보하고 있으면 양호한 상태라 할 수 있지만, 실제는 운영자금이 1년 미만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벤처기업을 경영하면서 현재 필요한 자금보다 훨씬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이다. 특히 바이오 기업은 예상보다 연구개발이 지연되거나 제품출시가 늦어질 수 있다. 당초 계획된 마일스톤까지 소요될 자금만 갖고 있고 여유가 없다면 이러한 일정 지연에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실제 필요한 자금보다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회사가 자금을 조달하는데 기회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경제상황도 수시로 바뀔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은 다양한 요인들에 영향을 받아 크게 요동치기도 한다. 또한, 바이오산업의 특정기술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은 뜨겁게 끓어오르다가 금세 식기도 한다. 기회가 생겼을 때 충분히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현명하다. 필요한 자금보다 더 많이 투자를 받아서 지분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분을 뵌 적이 있다. 대주주 지분율 하락으로 생길 걱정보다는 사실 자금이 부족해서 사업을 접어야 할 상황을 걱정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실제는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고도 방만한 운영으로 재원을 낭비하여 예정보다 일찍 자금이 바닥나는 상황이 더 자주 발생한다.

펀딩을 진행 중인 회사가 현재 여유자금이 충분하면 투자를 받기 쉬워진다. 자금이 충분할 때 다음 단계의 펀딩을 진행하지 않으면 오히려 자금조달이 어려워진다. 투자자와의 협상에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되고 제안할 수 있는 대안들도 그리 많지 않다. 심하면 펀딩에 실패할 위기상황에 이르게 된다. 펀딩은 미리 서둘러서 손해 볼 것 없다. 바이오 기업의 CFO는 회사의 발전단계에 맞춰 끊임없이 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올해 자금조달을 마쳤다고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는 잠시일 뿐, 다시 다음 단계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뛰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