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희의 경제를 읽는 원리 : 채권시장의 반란

BY 홍익희   201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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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자산으로 돈이 몰리는 이유

2019년 들어서도 세계의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미국 국채와 금값은 오르고 있다.

지난 1월 3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2.63%에서 2.56%로 떨어졌다. 작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렇게 채권금리가 낮아진다는 것은 채권가격이 올라간다는 의미로, 그만큼 10년물 국채를 찾는 수요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국채는 사려는 사람이 많을수록 가격이 오른다. 작년 10월만 해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3.2%를 넘었지만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다가 이날 최저점을 찍었다.

국제 금값도 4일 한 때 온스 당 1300달러에 육박해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앞으로의 세계 경기를 우려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 둔화가 우려되자 글로벌 투자 자금이 ‘위험 자산’, 곧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 미국 국채나 금, 엔화 등 ‘안전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장단기 금리 차 축소의 의미

지난해 말 미국 장단기 국채금리 격차가 급격히 좁혀졌다. 장단기 금리 차 축소는 통상 경기불황 도래를 알리는 전조로 여겨진다. 지난 해 12월 4일에는 10년물(2.915%)과 단기국채인 2년물(2.799%)의 금리차(스프레드)가 0.116%로 좁혀져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6월 이후 11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했다.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 만기가 긴 채권을 산다는 것은 장기간의 위험 노출을 무릅쓰고 돈을 오랜 기간 빌려준다는 의미로, 이러한 위험 부담이 반영된 장기채권 금리는 통상 단기채권 금리보다 높게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장기채 금리가 단기채보다 높은 이유이다.

그런데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 투자자들은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투자자들은 채권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단기채권보다는 비교적 안정적인 장기채권으로 몰리면서 장기채권 가격이 올라가고(채권금리 하락) 단기채권 가격은 내려(채권금리 상승)간다. 이로써 금리 역전현상이 나타난다. 이것이 장단기 금리 차 축소나 역전을 경기침체의 전조로 보는 이유이다.

10년물 금리가 낮아지는 것도 문제지만 2년물 금리가 높아지는 것은 더 큰 문제다. 2년물 국채 금리가 2.5%를 넘어선 것은 리먼브라더스가 붕괴하기 직전인 2008년 8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알다시피 리먼 사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본격적인 신호탄이었다. 이렇게 단기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증시 또한 안전하지 못하다. 이는 증시에서 자금이 이탈할 우려 때문으로 단기국채 금리 상승세가 주식에서 채권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경험적으로도 장단기 금리 차 역전은 경기침체에 앞서 나타났다. 실제 1960년대 이후 7차례의 경기침체가 모두 장단기 금리 차 역전 후 짧게는 5개월, 길게는 대략 23개월 이내에 예외 없이 발생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2018년 2분기 4.1%까지 치솟은 미국 경제성장률이 올해 하반기 1%대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은 향후 3년 이내 경기침체 발생 확률이 87%라고 예상했다.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향후 경제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장단기 금리차가 2년 만에 최소치로 좁혀졌다. 지난 해 12월 6일 국고채 10년물과 3년물의 금리 차는 0.144%포인트로 줄었다. 이는 지난 2008년 10월 9일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작은 격차다. 이러한 현상은 내년 우리나라 경기의 부진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시장이 경기하락을 예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채권시장의 반란

연준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한 해에 4회에 걸친 공격적 금리인상에 더하여 올해 금리인상을 3회 더 실시하고 내년에도 금리인상을 추가로 시행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었다.

하지만 시장의 인식은 연준과 달랐다. 연준은 지나친 경기 활황세를 걱정하여 시장을 냉각시키기 위해 금리인상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것이었지만 시장은 오히려 경기 둔화를 걱정하고 있었다. 이게 반영된 게 올해 초 채권시장이다.

지난 1월 3일 뉴욕 채권시장에 반란이 일어났다.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미국 기준금리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날 2년물 국채 수익률은 2.385%로 연방기금금리 시장에서 거래되는 하루짜리 초단기 금리 2.40%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년물 뿐만 아니다. 3년물, 5년물의 수익률도 모두 하루짜리 연방기금금리 밑으로 떨어졌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시중금리가 연준의 정책금리 보다도 더 싸진 것이다.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투자자들이 향후 2년간 예상되는 단기금리의 평균치로 볼 수 있다. 연방기금금리가 시중 단기금리보다 낮다는 것은 향후 2년 안에 금리가 지금보다 인하될 것이라고 투자자들이 전망하고 있다는 뜻이다.

1월 4일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56%로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2.25~2.50% 상단에 바짝 다가서 비슷해졌다. 연준이 더 이상 금리를 올리기 힘든 경제상황이라는 의미이다.


연준의 후퇴

제롬 파월 등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들은 채권시장의 냉철한 사인에 당황했다. 주식시장의 폭락에도 꿈적 않던 그들이 채권시장의 반란에는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채권시장은 주식시장에 비해 덩치도 클 뿐 아니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간 그들의 공격적 주장을 접어야 할 때임을 직감했다. 이튿날인 1월 4일 파월 의장이 금리인상 기조에 변화를 줄 뜻을 밝혔다.

파월 의장은 4일 애틀랜타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에서 "최근 완화된 인플레이션 지표를 본 결과,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보면서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월은 "필요하다면 통화정책을 변경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올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상할 것이라고 지난해 예고했지만, 이 방침을 뒤집을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이다.

파월 의장은 또 2019년 경기 하강설과 관련한, 미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주요 지표들이 여전히 견조하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같은 파월 의장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이날 뉴욕증시는 일제히 급등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3.29%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3.43%,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26% 상승했다. 이 턱에 안전 자산인 채권 수요가 줄어들어 채권 금리가 반짝 상승했다.

시장은 올해 금리인상이 어렵다는 시그널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경기 부양을 위해서는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금리선물시장에서는 올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유력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1월 3일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66% 가량의 확률로, 유로달러 선물시장은 91%의 확률로 금리인하를 각각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앞으로 전개될 달러와 원화의 방향성

미국의 금리인상이 주춤해지면 달러 가치는 약세로 돌아설 공산이 크다. 달러 인덱스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달러 인덱스란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주는 지수이다.

달러의 약세는 우리 원화의 강세를 의미한다. 게다가 중국의 위안화가 미중 간 무역전쟁의 여파로 미국의 압력에 의해 강세로 갈 확률이 크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위안화 동조화 현상이 큰 우리 원화의 앞날이 심상치 않다. 수출기업이 원고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이다.



금과 은을 주목하라

달러의 방향과 반대로 가는 게 또 있다. 바로 금과 은이다. 금과 은의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1월 7일 현재 금 가격은 온스 당 1,287 달러로 1300 달러대를 향해 진군하고 있다. 보수적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 안전자산인 금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교역의 위축과 불확실성 증대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금을 찾고 있다. 중국 상품에 대한 수입관세 부과는 수입 물가를 자극해 인플레이션을 당초 예상보다 끌어올릴 수 있다.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되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인 금의 수요가 늘어난다.

투자자들이 달러 보다 금을 선호한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앞으로 달러가 약세로 갈 것이라고 투자자들이 전망하고 있다는 뜻이다. 금값은 항상 달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투자자들이 향후 시장을 불안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자산의 일부를 금 투자로 헷지를 걸어놓는 것이다. 동시에 이는 금 가격의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금은 경기침체기에 힘을 얻는 투자 대상이다.

그런데 그간 관찰해온 바로는 작금의 금 가격은 온스 당 1100~1350 달러 레인지에 갇혀 있다. 금 가격이 높게 형성된다는 것은 곧 달러에 대한 불신을 의미하기 때문에 미 정부가 그 이상의 가격대를 허용치 않고 있다. 이러한 제국주의적 행태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금보다 더 눈여겨 보아야할 상품이 있다. 바로 은이다. 더 정확히는 국제 금은 가격의 비율이다.

1월 7일 현재 은 가격은 온스 당 15.78달러로 2011년 4월 말 48.4달러에 육박했던 가격에 비하면 1/3 수준에도 못 미친다. 이로써 1월 7일 현재 국제 금은 가격 비율은 1: 81.56이다.

일반적으로 은 수요의 56%는 투자용이 아닌 산업용이다. 곧 의료장비·가전제품에서부터 배터리, 태양광패널 등에 이르기까지 은이 많이 쓰인다. 이렇게 은은 산업용 비중이 커서,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글로벌 기업들의 교역과 생산 활동을 압박해 은 시세에 악재가 된다.

그럼에도 은의 투자 가치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우선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 은은 지난 12년간 공급이 수요를 충족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캐나다 광산업체 퍼스트마제스틱에 따르면, 최근 은 수요는 연 평균 8억 온스지만 실제 공급량은 6억5000만 온스에 그친다. 전 세계적으로 평균 1억5000만 온스가 공급 부족인 셈이다.

원래 인류 역사에서 금과 은은 전통적으로 화폐 역할을 해왔다. 고대 금과 은의 가격 비율은 1:12였다. 태양이 한 바퀴 돌 때 달의 삭망주기가 12번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고대인에게 금은 태양이었고 은은 달이었다.

이런 전통은 오랜 기간 지속되어 근대까지만 해도 서양은 1:12, 중국은 1:6이었다. 중국은 은이 조세의 기본이기 때문에 은 수요가 많았다. 그 통에 유대인 주도하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동양 독점무역은 환거래 곧 서양의 은과 중국의 금을 교환함으로써 부를 쓸어 담았다.



이랬던 금과 은의 교환비율이 급격히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21세기 들어와서이다. 현대 들어 평균 15:1 내지 16:1 수준에 머물던 금은 가격비가 2003년 1월에 80:1까지 치솟았다가 내려갔다. 그 뒤 지난 10년간 금·은 가격 비율은 평균 60배였다.

그러던 금·은의 가격차가 다시 80배 이상 벌어진 시기는 총 세 차례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과 중국 증시 폭락과 함께 글로벌 금융시장 공포가 확산됐던 2016년 초 그리고 현시점이다.



은은 금에 비해 가격이 오를 때는 더 빨리 오르고 떨어질 때도 더 빨리 떨어지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은 가격이 연일 치솟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