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 : 과로사회 탈출을 위한 첫걸음(1)

BY 이남준   2018-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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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회사 ‘워라밸’ 괜찮아?”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 좋은 회사인지 혹은 나쁜 회사인지를 판단할 때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이다. 좋은 회사인지 혹은 나쁜 회사인지를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는 여전히 ‘연봉’이겠지만, 최근 ‘연봉’뿐만 아니라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새로운 기준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은 다들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언론매체나 SNS상에는 ‘과로사회’, ‘헬조선’ 등의 부정적인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직장인들 사이에서의 트랜드인 ‘워라밸’, ‘저녁이 있는 삶’ 등의 긍정적 용어도 함께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용어들이 등장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현재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겪고 있는 <근로시간>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현재 일하는 직장에서 많은 근무로 제 시간에 퇴근하지 못하고 이 때문에 일을 마치고 퇴근하더라도 집에서 잠만 자고 다시 출근하는 그러한 일상이 반복되면서 제 시간에 퇴근해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여가생활, 자기개발 등을 원하는 직장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렇듯 실제 노동현장에서 <근로시간>과 관련하여 많은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고, 현재의 <근로시간>에 대한 법 또는 관행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대해서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7월 1일 그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었다. 이는 단순히 기존 근무시간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노동현장의 변화와 근로자의 생활과 삶의 변화 나아가 대한민국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단순히 법령의 개정이 아니라 우리나라 노사문화를 한층 더 성숙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라 생각하기에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서 하나씩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왜 과로사회인가?

미국의 유명한 언론매체에서 우리나라의 직장문화를 “한국의 기업은 노동자에게 충성과 헌신을 요구한다. 상사가 일하고 있으면, 부하직원은 당연히 집에 갈 수 없고, 일이 끝나더라도 회식 혹은 노래방에 갈 일이 생기면, 반드시 참석하는 게 당연하다.(워싱턴포스트)”라고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 아니라 잘 모르고 평가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공감을 하는 이야기다.

이번에는 수치로 확인을 해보도록 하겠다. 언론매체를 통해 많이 등장했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하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연간 근로시간은 2,024시간으로 OECD 국가 중 3위1)를 차지한다(2016년 기준, 2위 2,052시간에서 다소 감소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OECD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보자면 독일은 1,356시간, 일본은 1,710시간, 미국은 1,780시간 그리고 OECD 평균은 1,759시간이다. 이렇게 수치만 가지고 이야기를 하면 얼마나 많이 일하고 있는지 체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조금 현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하루에 8시간을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OECD 평균보다 약 33일 더 일을 하는 셈이다. 1) OECD Data , OECD Employment Outlook, 2018. 장시간 노동관행이 위 수치적 내용으로 인해 대외적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만드는 데에만 일조하는 것은 아니다. 연장근로, 휴일근로가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장시간 노동관행은 개인 근로자의 일과 삶의 균형의 파괴, 위험한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 집중력 하락으로 인한 산업재해의 요인이 되며, 산업계와 국가 전체의 생산성 하락과 함께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


무엇이 우리나라를 과로사회를 만들었는가?

우리나라를 과로사회로 만든 원인은 회사와 직장인의 태도·문화, 법 제도, 노사 관행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다른 원인은 별론으로 하고 법제도, 노사 관행의 원인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다.

하나. 주 52시간? VS 주 68시간? ; ‘1주’의 해석

근로기준법 제50조 제1항에서는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제53조 제1항에서는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 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 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근로자는 1주 동안 법정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추가하여 최대 52시간을 근로할 수 있는 것이다. 사용자가 이러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및 연장근로시간 제한 규정을 위반하여 근로자를 근로시키는 경우에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2) 2) 근로기준법 제110조(벌칙)에 따르면 제50조와 제53조를 위반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동안 ‘1주’를 어떻게 해석하여야 하는가에 논란이 이어져 왔다. 예를 들어 ‘1주’의 범위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1주’ 월요일부터 일요일 또는 7일로 생각한다면, 근로자가 1주 최대 일할 수 있는 근로시간은 52시간이 되는 반면, ‘1주’를 근로자가 근로제공의 의무가 있는 날, 즉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일반적인 근로자 기준)로 생각한다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주 법정근로시간 40시간과 1주 최대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더한 52시간에 추가적으로 ‘1주’의 기준에서 제외되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1일 법정근로시간인 8시간씩을 더해 1주 최대 근로시간은 68시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1주’의 기준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1년에 최대 근로시간은 834시간이 차이가 난다.

‘1주’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근로자가 일할 수 있는 최대 근로시간은 1주 52시간이 될 수도, 1주 68시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동안 실제 노동현장에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었을까? 그 동안 ‘1주’의 의미에 대한 하급심 판결은 종종 찾아볼 수 있었으나, 대법원 판결은 없었으며 실제 노동현장에서는 행정해석의 기준에 따라 ‘1주’의 의미를 해석하고 운영하고 있었다. 애석하게도 행정해석은 ‘1주’의 의미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로 해석하기에 그동안 노동현장에서는 1주 최대 68시간을 근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둘. 무제한 연장근로? ;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 제도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내용일 수도 있다.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제도>(이하 ‘특례제도’), 쉽게 말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의 제한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와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있으면 1주 최대 52시간을 초과하여 무제한 연장근로가 가능한 제도를 의미한다. 이러한 특례제도는 모든 근로자에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며, 연장근로가 ‘공중의 편의 또는 업무의 특성상’ 필요하다고 보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2018년 7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기 전 ‘특례제도’가 허용되는 대상 업종은 대표적으로 운수업, 영화제작업, 의료 및 위생사업, 사회복지 사업 등 총 26개 업종이 있었다.

하지만 ‘특례제도’의 ‘공중의 편의 또는 업무의 특성’이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도입만 된다면 사실상 무제한적인 장시간 노동이 가능해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은 물론이고 공중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하여 그 동안 ‘특례제도’는 “폐지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혹은 “특례대상업종을 대폭 축소하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논의가 이어져 왔던 것이다.

셋. 공짜 야근? ; 포괄임금제

최근 장시간 노동, 저임금 노동 그리고 공짜 야근과 관련하여 ‘포괄임금제’에 대한 폐지가 주요 관심사다. IT·금융·게임 관련 등 매일 같은 야근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우리 회사는 야근해도 야근수당이 따로 나오지 않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과연 근로자를 보호해야 할 최저기준을 정하고 있는 노동법에서 그렇게 규정하고 있는가?

회사는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함에 있어서 “기본임금을 결정하고 이를 기초로 하여 근로자가 실제로 근무한 시간에 따라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이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연장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휴일근로수당 등의 법정수당을 산정하여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3) 하지만 연장·야간·휴일근로가 자주 발생되는 근로자에게 그 시간을 일일이 계산하지 않고 1개월마다 대략적으로 몇 시간으로 예상하여 정하고 그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기로 정하기도 한다. 이러한 임금지급 방법을 ‘포괄임금제’라고 부른다. 3) 대법원 2010.5.13., 선고 2008다6052
만약 ‘포괄임금제’를 무분별하게 허용한다면 노동법에서 임금과 근로시간에 대해 근로자를 보호하고 있는 취지가 무력화 될 수 있다. 따라서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인정되어야 하며,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원래의 임금지급의 방법에 따라 지급되어야 하는 것이고 판례에서도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노동현장에서는 근로형태와 업무성질에 대한 고려 없이 만연하게 허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