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거래의 개념 도입에 대한 검토

BY 이동기   201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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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가 간의 서로 다른 조세제도나 기존 국제조세제도의 허점을 이용하여 세원잠식과 소득이전을 통한 조세회피행위가 부쩍 늘어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OECD와 G20국들 간에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세원잠식과 소득이전) 프로젝트가 마련되었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15개의 실행방안도 발표되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다국적기업들의 숨겨진 세원 발굴 및 우리나라의 과세권 강화를 위해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국조법”) 등에 BEPS 프로젝트의 내용 중 일부를 받아들였고, 앞으로도 국제적인 조세회피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 세법 및 조세조약의 개정을 계속하여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현행 국조법과 법인세법 및 소득세법 등에도 역외탈세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들이 규정되어 있고, 국세청 등 과세관청에서도 역외거래를 통한 탈세를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수집이나 세무조사 등 여러 가지 강도 높은 대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2018년 12월 8일자로 국회를 통과하여 2019년부터 새로 시행되는 개정 세법 중에도 역외탈세 방지를 위해 강화된 규정들이 몇 가지 들어 있는데, 여기서는 국세기본법에 새로 규정된 “역외거래”의 개념을 중심으로 그동안 역외탈세방지를 위해 실행되었던 정부의 대책과 관련 규정, 그리고 개정세법 중 관련되는 내용에 대해 짚어보기로 한다.


국세청 발표 역외탈세 현황과 대응

국세청은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역외탈세와 관련된 현황과 대책들을 발표하고 있는데, 가장 최근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역외탈세 수법이 나날이 진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 정부의 대응도 더욱 강력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세청이 발표한 역외탈세 관련 자료의 내용이 다소 거칠기는 하지만 정부의 입장에서 역외탈세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으므로 먼저 발표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해 본다.

► 역외탈세 유형의 다양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거주자의 역외탈세로 인한 세원잠식과 재정악화가 전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 세계 각국은 G20 등의 정치적 지지를 토대로 조세회피처 거래에 대한 투명성 제고, 국가 간 조세정보교환 네트워크 확대 등 국제 공조 및 국내 제도개선 노력을 강화하고 있으나,
- 최근 디지털 경제의 확산[수익창출 요인으로 IT기술 등 무형자산의 중요성이 커진 반면, 디지털재화 등 세원의 이동성(mobility)이 높아 과세 사각지대 증가], 금융규제 완화(국가 간 자금이동의 제한이 없는 가운데 주식,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해 거래의 실질 위장, 인위적 손실창출 등 탈세수법 고도화) 등 급변하는 국제조세 환경 속에서 신종 거래가 지속적으로 출현하면서 역외탈세 수법이 더욱 지능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전통적인 역외탈세 수법은 주로 조세회피처 지역에 서류상 회사(Paper company)를 설립하여 국외소득을 미신고하거나 국내재산을 해외로 반출하여 은닉하는 단순한 방식이었으나,
- 최근에는 전문가 집단의 적극적인 조력 하에 조세회피처 실체(Entity)의 다단계 구조화, 공격적인 사업구조 개편(Business Restructuring), 해외현지법인과 정상거래 위장(이전가격 조작) 등 한층 진화한 방식의 역외탈세 수법이 출현하고 있고,
- 또한 해외로 유출한 자금을 단순히 은닉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금세탁 과정을 거쳐 국내로 재반입하거나 국외에서 재투자 또는 자녀에게 변칙적으로 상속·증여하는 등 적극적인 탈세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국가 간 금융정보교환의 확대, 법인 등 실체에 대한 실질요건(Substance Requirement) 강화 등 역외실체 및 국제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국내외 제반 조치들이 시행되면서 미신고 해외금융계좌에 은닉된 자금이 해외부동산이나 법인지분 취득 등 다른 투자자산 형태로 전환되는 등 역외탈세 자금이 더 복잡하고 정교한 방식으로 위장·세탁·은닉되고 있는 추세이다.

► 역외탈세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응

이렇듯 역외탈세 수법이 나날이 진화하게 되면서 정부는 역외탈세가 조세정의를 훼손하고 국내 소비·투자에 활용될 국부를 부당하게 유출하는 반사회적 행위에 해당하고 성실하게 납세하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큰 상실감과 공분을 초래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도 그동안 역외탈세 차단을 위해 국세청에 전담조직의 신설(’2009년에 역외탈세전담 T/F 설치한 후 2011년에 역외탈세담당관실로 정규 조직화)과, 관련예산 확보(역외탈세 대응활동 예산: 2011년 58억, 2013년 79억, 2017년 77.6억, 2018년 75.3억 등)는 물론, 제도적 인프라 확충 등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특히, 2011년에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를 시행한 이후 신고대상 확대 및 과태료 인상 등을 통해 이 제도를 안착시켰다고 보는데,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도에 고액 미신고자(50억원)의 명단을 공개했고, 2014년에는 그동안 은행과 증권계좌로 한정되었던 신고대상을 모든 해외금융계좌로 확대했다. 또한, 2015년에는 미신고자에 대한 형사처벌규정을 신설하였고, 2018년부터는 신고기준금액을 10억원에서 5억원으로 인하했다. 또한, 2011년 해외금융계좌의 첫 신고 이후 신고인원은 2배(525명→1,133명)로, 금액은 약 5배(11.5조원→61.1조원)로 증가했다고 한다. 그 밖에도 2015년부터 국제거래의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부과제척기간을 15년으로 연장했고, 2016년에는 「미신고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제도」를 시행하는 등 역외탈세방지를 위해 지속적인 제도개선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 이와 함께 역외탈세에 대한 강력한 세무조사를 통하여 2017년에는 233건을 조사하여 총 1조 3,192억원을 추징(6건 고발조치)하는 등 역외탈세분야에서 상당한 조사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국세청이 발표한 역외탈세 세무조사실적은 다음 표와 같다.

구 분 2012년 2013년 2014년 2015년 2016년 2017년
조사 건수 202건 211건 226건 223건 228건 233건
추징 세액 8,258억 10,789억 12,179억 12,861억 13,072억 13,192억


2018 세법개정으로 국세기본법에 역외거래 개념 규정하고 부과제척기간 연장

2019년부터 시행되는 지난 12월의 세법개정내용을 보면, 그동안 국세기본법의 부과제척기간 규정에서 국조법의 “국제거래”의 개념을 차용하고 있던 것을 그 범위를 넓혀 “역외거래”라는 개념을 도입하였다. 또한 그동안 국제거래 중 부정행위로 인한 탈세의 경우에만 부과제척기간을 연장했던 것을 일반 무신고나 과소신고 등 일반 제척기간의 경우에도 장기간의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하는 것으로 개정했다.

► “국제거래”의 범위보다 넓은 “역외거래”의 개념 새로 도입해

본래 의미의 “역외거래(Off-shore Transaction)”란 “국외거래” 내지는 “해외거래”로 해석할 수 있는데, 역외거래의 특성상 과세당국에서 세원포착이 상대적으로 어렵고 탈세의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이를 포착하고 관리하기 위해 세법에서는 일반 국내거래에 비해 여러 가지 까다로운 규정들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개정된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에서는 역외거래의 개념을 새롭게 규정하면서 “역외거래”를 국조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국제거래”와 “거래 당사자 양쪽이 거주자(내국법인과 외국법인의 국내사업장 포함)인 거래로서 국외에 있는 자산의 매매ㆍ임대차, 국외에서 제공하는 용역과 관련된 거래”라고 하여 국조법의 “국제거래”보다 그 범위를 넓혀서 거주자 간의 거래라고 하더라도 국외에 있는 자산을 매매하는 경우 등에 해당하면 역외거래로 정의하였다. 참고로 국조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는 “국제거래”를 “거래 당사자의 어느 한 쪽이나 양쪽이 비거주자 또는 외국법인(비거주자 또는 외국법인의 국내사업장 제외)인 거래로서 유형자산 또는 무형자산의 매매ㆍ임대차, 용역의 제공, 금전의 대출ㆍ차용, 그 밖에 거래자의 손익 및 자산과 관련된 모든 거래”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국조법의 “국제거래”가 “거주자 및 내국법인과 비거주자및 외국법인과의 국내외거래”를 의미한다면, 신설된 국세기본법의 “역외거래”는 비거주자나 외국법인과의 국내외거래 뿐만 아니라 “거주자나 내국법인 간의 국외거래”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표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거래 당사자 거래 상대방 거래 발생지 국제거래 여부 역외거래 여부
거주자 및 비거주자 비거주자 국내외 국제거래 역외거래
거주자 거주자 국외 국제거래 아님 역외거래
* 거주자에는 내국법인 포함하고 비거주자에는 외국법인 포함

► 현행 세법 및 과세실무에서는 “역외”의 의미를 “해외” 및 “국외” 등과 혼용하고 있어

비록 이번 세법개정으로 국세기본법에서 “역외거래”의 개념을 명확하고 새롭게 정의하기는 했지만, 현행 세법이나 과세실무에서는 “역외”의 의미로 “해외” 또는 “국외” 등의 용어를 섞어 쓰고 있어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 있다. 예를 들어, 현행 국조법 제8장에서 “해외금융계좌의 신고”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국조법 제34조 제1항에서는 해외금융회사에 개설된 해외금융계좌를 보유한 거주자 및 내국법인 중에서 해당 연도의 매월 말일 중 어느 하루의 보유계좌잔액이 5억원을 초과하는 자는 해외금융계좌정보를 다음 연도 6월 1일부터 30일까지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제2항에서는 해외금융회사를 “국외”에 소재하는 금융업, 보험 및 연금업, 금융 및 보험 관련 서비스업 및 이와 유사한 업종을 하는 금융회사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면서 “해외”와 “국외”의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또 다른 예를 보면, 「미신고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국조법 제38조에 자진신고에 대한 특례규정을 신설하면서, 제1항에 “기획재정부장관은 「국세기본법」과 세법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장의 요청에 따라 1회의 특정 기간을 정하여 국제거래 및 국외에서 발생한 소득과 세법상 신고의무가 있는 국외재산(상속·증여로 인한 재산을 포함한다)으로서 법정 신고기한 내에 신고하지 아니하거나 과소하게 신고한 소득과 재산이 있는 내국인에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소득과 재산을 신고하고 세법에 따라 납부하여야 할 세액을 납부("자진신고제도")하게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국조법 시행령 제50조의15에서는 자진신고제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기획재정부 및 관계기관의 공무원과 임직원으로 구성되는 ”역외“ 소득·재산 자진신고기획단을 기획재정부에 두는 것으로 규정하면서 “해외” 또는 “국외”의 의미로 “역외”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또한 실무적으로도 국세청에서 발표하는 역외탈세 관련 자료를 보면, “역외”의 의미를 “해외” 또는 “국외”의 의미로 쓰면서 역외탈세의 구체적인 유형으로 국외 소득 은닉, 미신고 해외금융계좌ㆍ부동산 보유, 해외사업부문에서 회계 조작, 조세회피처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비자금 조성, 외국 금융기관으로 리베이트 수취한 후 횡령 등을 들고 있다. 결국 과세관청인 국세청도 ”역외“의 의미를 ”해외“ 또는 ”국외“로 인식하면서 용어를 혼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역외거래에 대한 부과제척기간 연장

조세부과의 제척기간이란 조세부과권의 존속기간, 즉 과세권자가 조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하는데 국세기본법 제26조의2에서 국세부과의 제척기간을 규정하고 있다. 개정 전 국세기본법 규정에 따르면 일반세목에 대해 납세자가 국세기본법 시행령으로 정하는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ㆍ공제받은 경우에는 부과제척기간을 10년간으로 규정하면서, 국조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국제거래에서 발생한 부정행위로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ㆍ공제받은 경우에는 부과제척기간을 15년간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법정신고기한까지 세금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국제거래의 경우에도 일반적인 경우와 마찬가지로 제척기간을 7년으로, 그리고 그 외의 경우에는 5년으로 부과제척기간을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세법개정으로 “역외거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부정행위로 인한 탈세 뿐만 아니라 무신고나 과소신고의 경우에도 일반적인 부과제척기간보다 긴 제척기간을 적용받게 되었다. 개정된 역외거래에 대한 부과제척기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거래 당사자의 한 쪽이 비거주자 또는 외국법인인 경우 뿐만 아니라 거주자 사이에 국외에서 이루어지는 자산ㆍ용역거래를 추가하여 역외거래 개념을 도입하고, 역외거래의 경우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받은 경우에는 15년의 국세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한다.
- 역외거래와 관련하여 납세자가 법정신고기한까지 과세표준신고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국세 부과제척기간을 7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과소신고 등 그 밖의 경우에는 국세 부과제척기간을 5년에서 7년으로 연장한다.
- 역외거래와 관련하여 국세 부과제척기간이 지나기 전에 외국의 권한 있는 당국에 조세의 부과와 징수에 필요한 조세정보를 요청하여 요청한 날부터 2년이 지나기 전까지 조세정보를 받은 경우에는 국세 부과제척기간을 조세정보를 받은 날부터 1년으로 한다.
- 일반적인 국세 부과제척기간에도 불구하고 이의신청, 심판청구, 행정소송 등에 대한 결정이나 판결에서 국내원천소득의 실질귀속자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그 결정 또는 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1년 이내에 국내원천소득의 실질귀속자 또는 원천징수의무자에게 새로운 부과처분을 할 수 있다.
역외거래와 관련하여 개정된 국세 부과제척기간을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간단하게 표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유 형 개정 전 개정 후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15년 15년
무신고 7년 10년
과소신고 5년 10년


역외거래와 유사한 개념 통일성 있게 정비할 필요 있어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세계경제가 글로벌화되고 다국적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법인과 개인도 국가를 오가면서 경제활동을 하고 거래를 하면서 국제적으로 조세이슈가 커질 수 밖에 없고, 그 결과 국제적인 탈세시도에 대해 BEPS Project나 조세정보의 교환 등 국가 간 공조체제도 강화되어 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정부의 입장에서도 자료포착이 쉽지 않은 역외거래나 해외자산취득 등을 통한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응책을 강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역외거래에 대한 국세 부과제척기간의 연장, 해외금융계좌의 신고제도나 해외부동산 및 해외직접투자에 대한 신고제도, 국외전출세의 강화 및 이에 대한 위반에 대한 제재의 강도를 높여나가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작년 말 세법개정으로 기존 국조법의 “국제거래”보다 넓은 “역외거래”의 개념을 국세기본법에서 명확히 규정했지만, 문제는 세법뿐만 아니라 과세실무에서도 상황에 따라 “역외”의 개념으로 “해외”나 “국외” 등을 섞어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세법의 해석과 적용 시에 혼란을 초래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역외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세법의 여러 규정에서 혼용하고 있는 “역외”, “해외” 및 “국외”의 용어와 국조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국제거래”, 그리고 이번 세법개정으로 국세기본법에서 새롭게 도입한 “역외거래”의 개념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해서 통일성 있게 정비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